국힘 쪽에서 최근 미영 스타일 작은 정부 지향 보수의 가치를 자주 얘기하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국힘 쪽에서 최근 미영 스타일 작은 정부 지향 보수의 가치를 자주 얘기하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낙태, 동성결혼 같은 보수의 이슈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한국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한 적이 없고, 의외로 감세/작은 정부의 가치도 최근까지는 박근혜의 줄푸세처럼 양념 공약으로 사용되던 편. 이제 이준석/윤석열/최재형을 시작으로 한국 보수 정치에서도 작은 정부 가치가 부각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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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는 "정부가 하는 일은 다 엉망이고 따라서 세금은 낭비될 숙명을 지닌다. 그러므로 정부와 세금은 줄이면 줄일 수록 좋다. 나머지는 자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해결 해준다" 쯤으로 정리되는데 이게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헤어나오기 힘든 개념이다. 젊었을 때 프리드만 좋아하면 낙수, 감세, 민영화 이런 단어들로 이뤄진 순환논리의 함정에 빠져 평생 그 환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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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예측대로 매우 지저분하다. 미국의 보수 총본 공화당이 감세와 작은 정부를 입에 달고 사는데, 감세로 인한 양극화도 극에 달했고 심지어 IMF까지 낙수효과는 없다고 인정한 상태다.
작은 정부 지향의 현실은 더 한심한 모양인데, "정부가 하는 일은 다 엉망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다음 멀쩡하던 부서들을 다 망가뜨린 뒤 "거 봐. 엉망이잖아"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것도 복지나 환경/금융 규제에 관련된 정부기관은 공격하고 축소하지만, 경찰 규모와 국방비는 계속 늘려서 오히려 보수 정권 중 국가부채가 급증한다. 정부 예산 규모가 늘어나는 거니 현실에서는 큰 정부 지향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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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정부의 방역 노력을 부정하고 비웃던 세력이 최근 서울시장 자리를 가져간 뒤 델타 변이, 민주노총 행사 등이 겹쳐 방역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상황. 그래놓고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라고 홍보 중인 걸 보면 작은 정부 관련해서도 행태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작은 정부 공약으로 정권 잡으면 당연히 복지예산을 줄일 거고, 미국에서는 국방비를 늘려 작은 정부 가치를 배반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마도 토건 예산을 늘려서 한입 두말을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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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정부가 시민의 삶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개념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진 게 프랭클린 D 루즈벨트, FDR 시절. 그 전까지는 지진이 나서 도시가 파괴되고 시민들이 죽어도 그게 연방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인식되지 않았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가 진리이던 시절.
FDR이 처음으로 재난구호연방기금도 만들고 연금제도도 만들면서 정부의 역할이 완전히, 영구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복지제도를 늘릴 수 밖에 없었던 점도 있었고.
그 이후 역사는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들이 복지를 늘리는 쪽으로 발전해왔고,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이걸 되돌리려는 시도는 양극화와 경제불안정의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부분까지 빨리 공부 진도가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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