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좀 다르게 보는 부분은 저렇게 압도적 열세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모하게 온국민에게 목숨…

내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좀 다르게 보는 부분은 저렇게 압도적 열세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모하게 온국민에게 목숨바쳐 국가를 위해 싸우라고 선동하고 있다는 점. 일제 패망 때 옥쇄 명령과 뭐가 다른가.

싸움을 할만하게 나토/유로 가입도 하고 미국과 나토군의 개입을 보장 받은 뒤 하는 싸움이라면 강한 저항에 러시아가 포기할 수도 있지만, 설레발만 치며 상황을 악화시켜놓고는 책임은 모두 국민에게 지우며 죽을 때까지 싸우라고 강요하는 상황. 애초에 나토 등의 안전보장을 받았으면 전쟁이 안났겠지. 그게 안보의 의미고. 나토는 받아줄 생각이 없는데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떠들고 다닌 대통령은 무능한 게 맞다. 나토 자체가 출범할 때부터 목적이 대-러시아 군사동맹인데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방법이 있나.

그리고 두 나라가 싸운다고 둘 중에 누가 더 나쁘고 누가 착한지 파악해서 어느 한 쪽을 응원해야한다는 법은 또 어디있나. 서방파와 양은이파가 싸우면 어느쪽을 응원할건가… 더 약한 쪽? 더 비장한 쪽? 이런 말도 안되는 기준을 적용하니 아침 저녁으로 우리의 응원 대상이 바뀌기까지 하고 있다.

애초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라는 국가가 처음 태동한 지역이고 두나라간 문화나 언어도 큰 차이가 없다. 참고로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불똥이 튈까 무서워하고 있는 몰도바와 루마니아도 비슷한 관계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민족이 살지만 정치적 이유로 갈라져있고 몰도바가 훨씬 작고 가난하다. 루마니아가 몰도바에 병력 투입하면 우린 몰도바 편인가? 실상은 몰도바가 친러 괴뢰정부다. 그럼 반대로 루마니아를 응원할까?

‘그럼 항복하고 나라를 잃으란 말이냐’가 다음 질문이겠지만 난 지금 이 상황에선 그게 훨씬 합리적 선택이라고 본다. 끝까지 투쟁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있는 목표가 있다면 모를까 이건 그냥 저항을 위한 저항에 불과하다. 미국에 항복한 일본이 그래서 완전히 사라졌나? 아예 일본에 합병당한 조선과 조선인들이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나? 반면 마지막 한사람까지 투쟁하다 죽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나라와 민족도 얼마든지 있다. 투쟁=승리, 항복=종말은 정말이지 너무 단순하고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일단 ‘단일민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크라이나에 감정이입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쉽게 감정이입해 이해할만한 기준이 될 경험이 없다. 이건 일본에의해 침략당한 조선의 상황보다는 대구경북이 독립운동을 벌여서 자립했다가 대구공화국이 일본 자위대를 대구에 주둔시키겠다는 정책을 추진해서 그걸 막기위해 대한민국이 대구공화국에 병력을 투입한 상황을 상상하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구공화국 대통령이 대구경북인들에게 옥쇄를 요구하는 게 맞나, 열세를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는 게 맞을까. 설사 대구가 다시 대한민국에 합병된다고 대구경북인들이 사라지나? 대통령이 나도 죽을 각오하고 싸울테니 전국민이 함께 싸우다 죽자고 선동하는 게 그렇게 감동적일까… 나라는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날 수 있지만 인명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