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는 인류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유전적 실험장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 인도네시아 보…
마다가스카르는 인류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유전적 실험장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내륙의 마아냐안족이 작은 카누에 몸을 실어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인도양을 횡단했다. 이들은 이후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반투계 사람들과 결합하면서 마다가스카르 인구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유전학적으로 오늘날 마다가스카르인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유전자가 거의 1:1로 섞여 있으며, 그 혼합은 도착 후 몇 세대 안에 이뤄지고 이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초기 이주민들의 구성이다. 유전자는 여성 쪽에서 동남아시아 기원이 강하게 나타나고, 남성 쪽에서는 아프리카 기원이 두드러진다. 이는 동남아시아계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했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남성과 섞였음을 시사한다. 다른 대륙 간 혼합 사례와 달리, 이 과정이 강압적 정복이나 식민 지배를 통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정착과 공동체 형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특이하다. 한편, 이러한 성별 간 유전 비중의 차이는 현대 서구사회에서도 관찰되는 바와 통한다. 오늘날 서구 문화권에서는 동양계 여성은 매력적이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동양계 남성은 이성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매력도를 갖는 인식이 존재한다. 마다가스카르 초기 이주에서도 문화 간 성적 매력의 비대칭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어 역시 이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잘 반영한다. 마다가스카르의 공용어인 마다가스카르어(Malagasy)는 아프리카에 있는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한다. 특히 보르네오 마아냐안어와 문법과 어휘에서 유사성이 높다. 이후 아프리카 반투어뿐 아니라, 아랍어·산스크리트어·페르시아어에서 유입된 단어들도 포함되어 있어, 마다가스카르가 오랜 기간 동안 인도양 해상무역의 중심지였음을 입증한다. 흥미롭게도 마다가스카르어는 일부 동남아어처럼 성조가 없고 음절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단어 구조도 동남아 계열 언어에 가깝다. 종교는 지역에 따라 분포가 다르다. 고지대의 메리나족과 베츠일레오족은 주로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를 믿으며, 이는 19세기 유럽 선교사 활동의 영향이다. 해안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슬람의 영향이 강한데, 이는 잔지바르·모곶·모잠비크 해안 등을 거점으로 삼은 아랍 상인들과의 접촉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특히 잔지바르를 중심으로 한 스와힐리 해안 지역은 10세기 이후 오만계 무슬림들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이들이 동아프리카 해안 일대를 개종시킨 흐름이 마다가스카르 해안부로도 이어졌다. 마다가스카르 북서부의 무슬림 공동체는 오늘날까지 그 영향을 보존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한국이나 동남아 국가들과 직접적인 고대 교류가 있었다고 볼 증거는 드물지만, 현대에는 한국의 개발협력이나 한류를 통한 문화적 접점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 동남아와는 언어적·유전적 기원이 이어지는 만큼 문화적 공감대가 더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마다가스카르 초기 이주민들의 뿌리를 찾으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마다가스카르는 단지 외딴 섬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과 아시아 대륙이 수 세기 동안 유전적으로,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혼합되고 융합된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두 대륙의 염색체가 같은 공간에서 섞이며 이어져온 이 섬은, 인류 문명의 다양성과 연결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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