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오리온 스마트 글래스를 보면 메타와 애플의 철학 차이가 드러난다. 오리온은 쉽게 표현하면 애플 비전 프로와 같은 목적을 가졌는데 100그램이 안되는 작은 기기다. 제품 설명을 봐도 비전 프로에서 이미 구현된 기술인 게 대부분인데 절대 비전 프로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고 새로운 놀라운 기능인 듯 말하고 있다. 오리온은 개 당 제작 비용이 만불이 넘어가서 상품으로서는 의미가 없는데 그냥 워낙 소형 시제품이 나왔기에 회사 브랜드 홍보를 위해 공개됐다. 이게 한 $500-$1,000 에 팔릴 수 있었으면 놀라운 상품이 될 수도 있는데, $10,000에 팔아도 이윤이 안 남는 건 상품이 아니다. 애플이었으면 내부적으로 기밀 유지하며 테스트해보고 가격을 낮출 방법이 없으면 그냥 죽이고 끝냈지 절대 공개하지 않았을 제품이다. 나중에 상품화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절대 시판 계획이 세워질 때까지는 경쟁사들에게 스펙을 다 공개하지 않는다. 메타는 AI 세계에서도 상품을 만드는 대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하기 힘든 훈련을 자신들이 하고 결과물 모델을 오픈소스로 풀어 다른 스타트업들이 거기에 바탕해 새로 훈련한 모델들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메타는 비싼 기술 개발을 맡고 결과물은 공유해서 창의적 기술 개발은 오픈소스 생태계에 의존한다. 이미 OpenAI와 Anthropic에 기술적으로 뒤져있는 상황인데, 제미니로 역전을 시도하는 구글과 달리 메타는 오픈소스로 시장 흔들기에 중점을 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업 모델이다. 애플이나 메타나 OpenAI에 한참 뒤져있고 자체적으로 업계 인재와 NVIDIA 칩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자금이 넘치기에 선택한 차선책이다. 애플도 AI 자체 개발에 모든 걸 걸기보다 외부 모델들을 장착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 물론 문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달리 메타는 라마 AI 모델 자체로는 수익화 방안이 아직 없다는 거다.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 사업적으로 특별히 능력을 보여준 적도 별로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몇 년 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회사명을 바꾸며 메타버스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 뿐이다. AI 개발에 성공하면 검색에 바로 적용하면 되는 구글과 달리 메타는 AI 개발을 해도 페북 등 현존하는 상품과 결합을 통한 수익화의 길이 뚜렷하지 않다. 광고특별화를 통한 수익이 있지만 그건 다른 회사들도 기본적으로 누리는 장점이다. 거기에 함께 자가발전을 일으킬 서비스가 따로 없다. 메타버스에 그 많은 자금을 소모하고도 상품으로서는 아무 것도 보여줄 게 없었지만 거기에 투자된 자금의 일부가 오리온과 라마로 나타나고 있다. 메타버스 올인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실수였지만 차기 대세가 된 AI 시장에는 어쨌건 큰 영향을 주게 됐다. 스마트 글래스도 이제 AI 혁명에 부수적 기기가 되어가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실제로 상품으로 나왔지만 AI 시대 초반에 발표된, AI 태풍에서 벗어나 있는 제품 느낌이고, 메타의 오리온은 아직 상품이 아니지만 개발을 계속해 가격을 낮추고 라마 AI가 정말 쓸모있는 수준까지 갔을 때 결합되면 대박이 날 수 있는 제품이다. 미래에 대한 포석이 맞다. 애플의 전략과 같으면서 다르다. 비전 프로도 애플 인텔리전스도 아직 빛을 못보고 있지만 결국 그쪽도 제작비용 절감, 소형화, AI 탑재 밖에 전략이 없고 메타와 똑같은 개발 과정을 겪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전략 다 상용 가능한 AI 모델 확보와 AI 사용에 최적화 된 기기 완성에 모든 게 달렸다.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라 당연히 하드웨어적 상품 완성이 먼저이기 때문에 AI 경쟁에서 뒤진 면이 있고, AI 기술 선두인 OpenAI도 이미 어마어마한 시장 가능성을 보고 조니 아이브 등과 함께 자체 기기 제작에 투자를 하고 있다. 페북 등 소프트웨어/플랫폼 회사이자 퀘스트 등 VR 하드웨어 노하우를 가진 메타는 그 중간 쯤에 있다. 그래도 결국 다 목표는 같다. AI 확보와 현실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 개발이다. 아이폰 매출이 전체 매출 절반을 넘기는 애플이 이 경쟁에서 뒤쳐지고 스마트폰이 다른 회사 제품들로 급속 대체된다고 상상해보라. 페북 등의 광고 수익이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인 메타는 애플의 아이폰 등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사업이 가능하고 저번에 애플이 iOS에 개인정보 보호 옵션 기능을 넣으며 메타 목에 칼을 들이댔다. 이 회사들 사실 지금 회사 사활을 걸고 전쟁 중이다. —- 애초에 OpenAI를 공동 창업했었고 xAI로 AI 개발에 도전장을 낸 일론 머스크 쪽은… 잘 모르겠다. 발표는 많았는데 실제 AI 결과물은 이제야 조금씩 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두고봐야한다. 거긴 이미 전기차, 태양광발전, 배터리, 등등 상용화된 제품이 많아서 AI 개발에 성공하면 어느 정도 시너지는 나올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 대체 기기 개발을 시작하지 않는 한 OpenAI, 메타, 애플 등과는 사업 방향이 좀 다르다. 그 관점에서 구글은 추가 시장 확보의 방향이 없이 검색과 광고시장을 지키기 위해 남들 뒤만 따르고 있는 느낌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 수익배분 자체에 올라타있고 자신들만의 강점인 업무용 도구와 AI 결합에 베팅하며 초기에 선두로 치고 나갔었고 지금도 정말 수많은 AI 회사들에 수저를 올리는 중이다. AI가 대세임을 초기에 인식했고 큰 자금을 투입하지만 자체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건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장 장악력에 한계가 있는 대신 모든 말에 베팅해서 위험부담도 매우 낮다. 이미 하고 있던 클라우드 사업에서 GPU 시간 판매로 AI 시장의 플랫폼 사업도 하고 있기에 아마존, 구글과 그쪽으로도 잘 경쟁 중이다. —- 아직 당장 내놓을 상품이라고 할 만한 게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페북과 인스타그램 자체는 잘 나가고 있어서 메타버스에서 AI로 방향전환이 가능했고 저커버그는 개인 자산이 거의 세계 최고 부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론은 …. 애플이나 메타, 구글, 마소 같은 어마어마한 잉여현금흐름이 있으면 그 한도 내에서 서로 완전 다른 사업 가치관으로 뭘 시도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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