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천연 요새다. 동쪽은 대서양, 서쪽은 태평양, 북쪽은 캐나다, 남쪽은 멕시코. 기본적으로 원양해군으로…

미국은 천연 요새다. 동쪽은 대서양, 서쪽은 태평양, 북쪽은 캐나다, 남쪽은 멕시코. 기본적으로 원양해군으로 미 해군과 붙어 이기던가, 캐나다나 멕시코를 먼저 침략해야한다. 미국은 태평양/대서양/캐나다/멕시코에서 미리 전투를 벌이면 되기 때문에 본토에는 어차피 적이 상륙할 일이 없다. 여기에 세계 최강의 군대와 정밀한 핵전력, 아직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나라를 무너뜨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소련도, 중국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 본토를 직접 점령하거나 굴복시키는 시나리오를 짜보면 결국 결론은 똑같다. 전면전, 그것도 핵전쟁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언제나 '선제타격'이었다.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기 전에 지휘부를 날려버리고, 보복을 봉쇄하는 것. 냉전 내내 수많은 자원과 기술이 이 '먼저 때리는 방법'을 설계하는 데 들어갔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미국은 원거리 정찰자산, 핵잠수함, 다층방어체계, 보복능력까지 다 갖추고 있다. 게다가 지휘망이 다층적이라 단순한 참수작전으로는 완전히 무력화가 어렵다. 그래서 중국은 아예 다른 접근을 선택했다. ‘무제한 전쟁(Unrestricted Warfare)’이다. 군사, 외교, 사이버, 정보전, 문화전, 금융전 등 모든 수단을 동시에 쓰는 총력전이자, 동시에 비대칭전이다. 이스라엘이 하듯 테러까지 포함해서. 싸움의 장르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하지만 진짜 미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더 쉬운 길이 있다. 미국이 요새라면, 그 요새의 문을 안에서 열게 만드는 것이다. 군사력이나 핵무기가 아니라, 첩보전과 매수, 그리고 미국 내부 정치의 교란. 만약 내가 푸틴이라면, 절대 핵전쟁을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친러 성향의 인물을 미국 정계에 밀어넣고, 대중 선동과 정보 왜곡으로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집중한다. 언론을 불신하게 만들고, 서로 총을 겨누게 만들고,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응? 이미 했어? … 관세전쟁으로 스스로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