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 시장에서 (상대적)진보방송 역할을 맡고 있는 케이블 뉴스체널 MSNBC가 이번에 NBC에서 분사돼…
미국 뉴스 시장에서 (상대적)진보방송 역할을 맡고 있는 케이블 뉴스체널 MSNBC가 이번에 NBC에서 분사돼 모기업 컴캐스트가 소유한 다른 케이블 체널들과 함께 Versant라는 회사로 독립한다. 사실 인터넷이 상용화되던 초기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컴퓨터 기업들이 약간만 노력했어도 인터넷 전체를 자신들의 시장으로 장악하거나 아예 인수해버리는 것도 가능했으나, 인터넷 자체를 과소평가하며 기회를 놓쳤다. 뒤늦은 90년대 중반에 IBM은 IBM.net, MS는 MSN 브랜드로 AOL과 경쟁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포털 강자 AOL이 ISP로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을 겸하고 있었기에 두 회사 역시 같은 모델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느라 출혈이 컸지만 경쟁은 곧 미디어 업계로 번졌다. 닷컴 붐과 함께 공룡이 된 포털 AOL이 무려 타임워너라는 미디어 강자와 합병하며 거대 인터넷 + 콘텐츠 회사가 됐다. 자금력이 충분했던 MS는 거기에 대응해 1996년 케이블 뉴스체널 MSNBC를 출범시켰다. NBC와의 합자 회사였다. AOL-Time Warner가 오래가지 못했듯 MSNBC 등 인터넷 기업의 미디어 진출도 곧 종료됐다. 2005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MSNBC 지분을 모두 정리해서 전혀 관련이 없는 상태다. 닷컴 거품이 꺼지며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했던 닷컴 기업들의 미디어업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넷플릭스 등 비디오 플랫폼 회사들이 미디어 생산자가 되고, 미디어 생산자들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현 체계가 등장하기 전 일이니 AOL과 MS는 시대를 약간 너무 앞서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AOL은 쇠퇴했지만 구글은 광고시장으로 진출해 초거대 기업이 됐고, IBM과 MS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으로 진출하며 살길을 찾았다. MSNBC는 성장해 극우 폭스뉴스에 대치되는 미국 진보 방송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분사는 아마도 NBC와 컴캐스트 등 본사에 트럼프 정권 동안 정치적 압력을 줄이기와 재무적/경영적 유연성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 독립하는 MSNBC의 논조는 더 강성 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MS가 떠난지 오래인 파트너쉽이지만 새로 바뀌는 이름도 MS NOW다. My Source for News, Opinion, and the World의 약자라고 주장하지만 분명 대중이 익숙한 MS 부분을 지키기 위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진짜 방송사인 NBC가 떨어져나가고 방송사도, 파트너도 아닌 MS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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