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국쇠망사 – 2 물론 이 모든 흐름은 나중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미국…

#미제국쇠망사 – 2 물론 이 모든 흐름은 나중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을 남북전쟁 이후 새로운 국가로 간주한다면, 1865년을 기점으로 본 현재는 아직 제국 수명 중반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2115년쯤이 지금의 미국 체제의 전환점일지도 모른다. 역사 해석은 언제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미국 역사에서 남북전쟁은 중요한 전환점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UN, NATO, 브레튼우즈 체제 등을 주도하며 본격적으로 세계 운영에 나선 시기를 진정한 '미 제국의 출범'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역사는 절대적인 해석보다는 관점의 문제이며, 미국이 지금 당장 몰락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현재 미국 패권의 기반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고, 우리는 그 과정 한복판에 살고 있다. 미국이 진정한 단일 패권국이 된 계기는 1991년 소련의 해체였다. 이전까지는 미국이 군사·경제적으로 우세했지만, 소련은 이념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미국의 유일한 대항축이었다. 소련이 사라지면서 미국은 전 세계에 130개 이상의 군사기지를 유지하는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이 되었고, 군사력으로 국제 질서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미 항모 전단이 단 2주 만에 세계 어디로든 파병될 수 있다는 점은 미국 외교의 실질적 무기였다. 그러나 이 힘을 떠받들던 나토 체제가 유럽과의 갈등으로 약화되고 있고,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는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훼손하며, 해외 주둔 미군 유지에 점점 더 큰 외교적 대가를 치르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자랑하던 전 세계 인재 흡입 시스템도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민과 유학, 연구 인재 영입 통로가 하나씩 닫히고 있으며, 관세와 고립주의 정책은 경제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연간 무역 적자는, 바로 그 뒤에서 1조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중국의 급부상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의 압도적 위치를 가능케 했던 구조들이 무너지는 와중에, 중국은 그 공백을 채울 준비를 마쳤다. 실제로 소련의 붕괴는 미국에 독이 되었다. 핵폭탄 보유 직후 소련이 핵을 갖기 전까지 전 세계에 핵 위협을 남용했던 것처럼,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자제력을 잃고 일방적 결정을 강요하는 국가로 변했다. 레이건 이후 부시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외교 전략은 군사력으로 의지를 강요하는 형태로 굳어졌고, 붕괴된 러시아를 정상국가로 복귀시킬 기회를 방기한 채 그저 주변부 국가로 남기며 지금의 갈등을 키웠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 자본이 반복적으로 위기를 유발했고,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되며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것이 흔해졌고, 18~45세 미국 여성 중 약 2%가 온리팬스 등 성인 콘텐츠 플랫폼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는 통계는 지금 미국 서민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WTO, IMF, 월드뱅크 등을 앞세워 세계 각국의 시장을 개방시켰고, 때로는 약탈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원을 이전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경제적 엔진이었으며, 그 결과 현재 미국 상위 10%가 전체 주식의 88%를 소유하는 극심한 불평등이 구조화되었다. #미제국쇠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