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은 사람 목숨(혹은 대량 살상)을 다루는 업계고 국가간 거래다 보니 일반 상거래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

방산은 사람 목숨(혹은 대량 살상)을 다루는 업계고 국가간 거래다 보니 일반 상거래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무기를 팔면 일부라도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줘야 운용이 가능하다. 계약하기 전부터 기술 노출은 시작된다. 이걸 얼마나 잘 조절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사업 여부가 결정된다. 몇번 팔았더니 그 나라에서 직접 비슷한 걸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 안된다. 한국도 독일 잠수함, 러시아 무기와 미국 무기 기술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서 지금 무기 기술을 만들었다. 북한도 러시아 스커드 미사일을 뜯어보고 지금의 ICBM까지 만들어냈고, 중국도 러시아 무기와 우주 개발 프로그램을 대놓고 카피해서 지금 수준을 이뤄냈다. 그래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국용과 수출용 무기의 기술 격차를 크게 유지한다. 방어적으로 보면 이렇지만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패권이 있으면 그 패권 유지에 무기체제도 활용될 수 있다. 역시 사람 목숨과 주권이 걸린 일이라 이것저것 서로 호환 안되는 무기들을 가져다 비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이왕이면 한 체계 무기들로 통일하는 게 유리하다. 장사만 잘하면 언젠가 독점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조선업이 망한 선진국이 많은 상황에 한국 조선업은 최고점을 찍었고, 갑작스런 세계 질서 혼돈으로 수요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보다 배를 더 많이 만드는 건 중국인데 서방은 중국에서는 살 수 없는 군함들이 필요하다. 그럼 미국이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상대에 따라 판매하는 기술 수준을 관리할 겸 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운용+정비+업그레이드+탄약+부품+훈련+소프트웨어를 함께 팔아 우리가 직접 그 나라에 들어가서 운용해주는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번 팔면 수십년 단골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 무기 값보다 유지보수에서 오는 이윤이 더 크다. 사실 이게 방산의 묘미다. 드론 등 새로운 기술로 수십년간 의존했던 기존의 무기들이 무력화 되는 상황에 개별 무기를 팔기보다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 팔듯 "드론 공격 방어" "군/에너지 시설 해킹 보안" 등 분야로 나눠 종합적인 솔루션을 팔아야 한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팔아야한다. 그냥 고객이 아니라 우리 우방국이 되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의존하는 국가들을 만들어야 한다. 방산 뿐 아니라 외교, 문화, 영향력 경쟁이다.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들을 연합으로 묶고 그 방어 체계를 우리가 책임지는 게 자연스럽다. 미국과 소련도 그렇게 했다. 드론에서 볼 수 있듯 이중사용(dual use) 응용기술이 중요해진다. 항공우주, 드론, 반도체, AI 모두 중요해진다. 이런 기술들을 대부분 이미 갖고 있고 중국을 제외하면 최고의 생산기반을 갖춘 나라가 한국이다. 게다가 한국 방산 업계는 단독 업체가 독점하고 있지도 않고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있지도 않다. 정말 적당한 상황이다. 방산은 다른 사업과 달리 죽음과 평화를 파는 장사다보니 전에 없던 위험 부담도 생길 수 있다. 캄보디아인들은 지난달 태국이 사간 한국의 LIG 미사일에 의해 거의 일방적으로 학살됐다. 아직 그 여파가 느껴지진 않지만 캄보디아와 우리 관계가 이 일로 더 가까워질 일은 없다. 특히 미국이 떠난 중동에 당장 방산 수요가 가장 커서 한국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는데, 주로 이란에 대항하는 쪽에서 사간다. 그럼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등과 한국이 갈등관계가 될 수 있다. 그냥 물건만 팔면 되는 게 아니라 세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무기 체계는 미국 체계의 일종이니 미국의 전략에 묻어가는 게 가장 쉬울 수 있고, 좀 더 야심적으로 브릭스 등 다른 지역들과 균형을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다음으로 프랑스였는데 이제 한국 방산을 프랑스 위에 놔도 될 것 같다. 아직 판매규모에서는 한국이 기존 플레이어들에 비해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경쟁력에서 이제 무섭게 성장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