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획득하거나 유지하는 독재자들도 대개 민심을 유심히 살핀다. 민중이 정말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경찰, 검찰, 군대로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하지 않는 독재자들은 보통 금방 교체된다. 내부 권력 투쟁에 희생될 때도 있고 민중이 혁명을 통해 제거할 때도 있다.
박정희 같이 오래 집권한 독재자는 집권 초기 대중이 납득할만한 부패척결, 깡패청산, 민간으로의 권력이양 등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고, 장준하 같은 곧은 인물이 박정희의 쿠데타를 반길 정도로 민심을 거스르기보다는 타고 가려고 노력했다. 그게 엉망이 될 시점에는 선거에 직접 출마해서 당선되며 부정선거지만 재신임을 받으며, 또 경제개발이라는 또 다른 명분을 어떻게든 유지하며 20년 가까이 집권했다. 유신 등을 통해 더 이상 민심을 살피지 않는 시기에 들어선 뒤에 벌어진 일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심지어 그 무대뽀 전두환도 6월 항쟁의 민심을 보고 물러날 때임을 알았다. 북한의 김씨 3대도 하는 일은 계속해서 국내 민심 관리였다. 김정은은 경제개발에 실패해서 미안하다며 공개적으로 눈물까지 흘렸다.
한국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임금도 민심을 잃으면 폐위되는 경우도 많고 나라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윤은 어쩌려고 처음부터 자신이 얻은 절반의 지지율 마저 반토막 내고 시작하려는 걸까. 한국에서 죄를 심판받는 유일한 길은 검찰뿐이라고 굳건히 믿어서 그런 걸까. 이래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뿐 아니라 천명을 다하려면 역사를 공부하는 게 필수인 것 같다. 처음으로 윤이 측은하다는 감정이 아주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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