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전사 10만 양병설, 한국형 NVIDIA, 소버린 AI. 국가가 앞장서겠다는 이런 선언은 이제 너무…

사이버 전사 10만 양병설, 한국형 NVIDIA, 소버린 AI. 국가가 앞장서겠다는 이런 선언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말은 많은데, 실제로 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국가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성공시킨 사례도 분명히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천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사이버보안과 AI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비결은 단순하다. 군대가 인재를 직접 선발하고, 직접 훈련시키고, 직접 실전에 투입한다.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 문제 해결 경험, 동료들과의 네트워크는 그대로 창업의 밑거름이 된다. 유명한 유닛이 바로 Unit 8200이다. 이 부대 출신들은 전역과 동시에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차린다. 사이버보안 회사 Check Point, 클라우드 보안 유니콘 Wiz, IPO한 SentinelOne 같은 회사들이 전부 여기 출신이다. 이스라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MAMRAM이라는 군내 IT교육기관은 수백 명의 병사들에게 최첨단 SW개발 훈련을 시킨다. Talpiot 같은 프로그램은 아예 대학-군-국가R&D를 연계해 엘리트 과학자를 키운다. 이들은 군복무 중 논문을 쓰고 실험을 하고 기술을 만든다. 그 기술이 바로 민간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된다. 국가도 이런 흐름을 제도적으로 받쳐준다. Israel Innovation Authority는 민간 VC와 공동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실패해도 용서받는 시스템이다. 또 군 기술의 민간 이전을 적극 장려한다. DDR&D라는 조직이 전쟁용 기술을 민간에 ‘그린 패스’로 바로 넘긴다. 심지어 코로나 대응용 자율주행 로봇, 드론, 레이저기술까지 여기서 나왔다. 이재명 정부도 이걸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국은 인구, 인프라, 교육 수준, 제조 능력까지 감안하면 훨씬 유리하다. 문제는 철학과 실행력이다. 말이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거다. ‘기술 하는 군대’를 만들고, 전역자를 중심으로 창업-투자 생태계를 묶어주고, 방산과 민간을 이분법이 아닌 선순환 구조로 엮는 것. 군이 아니더라도 관 주도 연구조직 만들기. 이미 쓰고 있는 예산으로 다른 결과 만들기, 이재명 정부의 추진력이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