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트나 블레이드 러너처럼 클래식이 됐고 어쩌면 완벽해 보이는 영화들이 알고보면 망작이 되기 일보직전이었…

스타게이트나 블레이드 러너처럼 클래식이 됐고 어쩌면 완벽해 보이는 영화들이 알고보면 망작이 되기 일보직전이었고 자칫 촬영 중지 직전까지 갔다는 걸 생각해보면… 촬영장에서 그런 실제 고충과 갈등과 긴장감 없이도 화면에 그걸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들도 물론 많지만, 이 영화들에서는 그런 의도치않은 갈등이 결국 영화 장면에도 남아서 전세계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블레이드러너를 찍는 동안 리들리 스콧 감독은 늘 하던대로 묘한 몽롱한 분위기에 이미지와 영상으로 이야기 하길 원했고,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와 인디애나 존스로 대박을 친 직후에 또 하나의 튼튼한 연기에 바탕한 액션 영웅물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스토리가 명확하고 캐릭터의 동기가 명백해야 관객이 감정이입하고 환호할 수 있다고 봤기에 형사로서도 그닥 유능해보이지 않고 영웅으로서도 특별한 점이 없는 데카드 역 자체에 욕구불만을 느꼈다. 예를 들어 포드는 데카드가 레플리칸트라는 걸 명확히 해서 이야기를 좀 더 직관적으로 만들며 깊이를 더하길 원했고 스콧은 애매하게 둬서 관객들이 제각기 가설을 만드는 걸 선호했다. 스콧은 그건 해결해주지 않고 계속 조명 세팅만 하루 종일 만지고 있었고 포드는 촬영은 언제할거냐고 고함을 질렀다. 둘이 계속 충돌했다. 둘은 영화 개봉 후 25년 간 서로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스콧이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고사한 이유도 포드와 다시 일하는 게 힘들어서라는 루머가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 제작사와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제작사, 감독, 주연 배우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작품이 나왔다. 흥행에 실패했고 평가조차 안좋았다. 그러나 우리 관객들은 서서히 몽롱한 분위기, 그 속에서 뭔가 해결해보려고 이리저리 뛰는 주인공에 열광했다. 만들어진 갈등 느낌이 아닌 살아있는 분노와 두려움이 느껴졌다. 미래를 그리는 누와르물이자 멋진 영상미가 넘쳤고 첨단의 미래지만 하류인생을 그리는 사이버펑크 장르의 형틀이 완성됐다. 캐릭터들도 뭔가 극속의 인물들 같이 움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을 했다. 개봉 당시 흥행은 못했지만 명작 반열로 올라갔다. 해리슨 포드도 아마 2049 때 인터뷰에선가 그땐 스콧이 만들려는 영화를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며 그 갈등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자기는 그냥 완성된 영화를 만들길 원했고 스콧이 만든 건 팬들이 완성할 수 있는 고차원의 영화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