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시걸은 80~90년대 초반, 순식간에 액션영화계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일본에서 무술을 수련하고…
스티븐 시걸은 80~90년대 초반, 순식간에 액션영화계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일본에서 무술을 수련하고 돌아와 아이키도라는 손목을 돌리면 상대가 날아가는 신비한 무술, 그것도 ‘진짜 실전 아이키도’를 선보인다는 이미지였다. 그는 일본에서 아이키도 관장의 딸 미야코 후지타니와 결혼해 도장을 접수하는데 성공하고 한동안 운영하다 미국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게 베트남전 기간 동안이라 시걸은 징집을 피하기도 했다. 그게 목적이었다는 말도 있다. 전 부인에 의하면 실력으로는 검은 띠 따는 게 불가능이었지만 그냥 통과시켜줬다 한다. 이후 여러 번의 결혼(이중 결혼 논란 포함)과 불륜과 성희롱 폭로가 이어졌고, 전 부인과의 폭력 의혹까지 불거졌다. 원래도 기존의 아이키도에 비하면 호전적으로 대결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던 스티븐 시걸은 헐리우드 진출 뒤에는 폭력적인 성향을 자주 드러냈다. 촬영 현장에서 리허설 없이 전력을 다해 들어가 상대 배우나 스턴트맨을 다치게 한 사례가 많았다. Under Siege 촬영 중 동료 배우가 갈비뼈를 다쳤고, Out for Justice에서는 스턴트맨 두 명이 손목 부상을 입었다는 보고가 있다. 프로레슬러 출신 스턴트맨 진 르벨과의 유명한 일화도 있다. 시걸이 “나는 절대 기절하지 않는다”고 허세를 부리다 목조르기에 걸려 그대로 쓰러졌다는 이야기다. 시걸은 이후 부정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날 스튜디오에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한다. 실제 무술가를 상대로 붙은 건 그게 유일하고 그 외에는 대부분 왜소한 사람을 상대로 괴롭혔다. 존 레귀자모는 “리허설 중 시걸이 나를 벽에 밀쳐 숨이 막혔다”고 했다. 아이키도 실력 역시 논란이 크다. 일본에서 장인의 도장을 운영한 건 사실이지만, 정통 아이키도계에서 그를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장 후계자였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고, 일본 무술가들 사이에서는 “시걸이 보여준 건 쇼맨십이지 무도정신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냥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자신을 향해 번갈아가며 돌진한 뒤 자신이 기술을 걸면 낙법을 쓰도록했다. 아마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걸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아이키도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고 젊었을 때 1단 정도 실력은 됐다고 한다. 그는 이후에도 자신이 CIA 작전에 참여했다거나, 러시아·세르비아 정부로부터 특수 지위를 받았다는 식의 말들을 반복했다. 경찰, 군, 스파이, 외교관까지—그의 자칭 이력은 끊임없이 늘어났지만, 공적 기록으로 확인된 것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아이키도를 창시한 오센세에게서 직접 사사받았다고까지 주장했다. 참고로 오센세는 시걸이 일본에 가기 몇년 전에 작고하셨다. 시걸은 그 아들 우에시바 깃쇼마루 도슈를 만나본 적이 있을 뿐이다. 아직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인 97년도에 티베트의 한 린포체로부터 환생한 고승이라고 인정을 받기도 했다. 아마도 그래서 중국 옷을 입고 다니는 것 같다. 비대한 몸을 감추기 위해 큰 중국 복장을 하고 빽빽한 흑발의 가발을 쓴다. 이소룡이 영화에서 입었던 옷을 따라하는 걸까. 시걸은 스스로 만든 캐릭터의 경계 안에서 경력을 쌓다가 경계를 깨고 허언증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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