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재섭이 뉴라이트 철학을 시연해보이겠다고 조선과 대한민국은 별개 국가니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동상말고 다른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일이 아니라 건국일이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 광복절을 대체하자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지금 우리가 조선과 단절된 존재라는 프레임을 밀면 자신들의 친일도 아무 문제가 아닌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병약한 조선을 합병한 거지 지금의 자신들의 자랑스런 자유민주주의 한국을 합병한 게 아니니까. 한국이 존재하기 전에 친일 앞잡이 좀 한 게 뭐가 문제냐, 그리고 그 친일행위가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 일본 편 드는 게 뭐 어떻냐는 거다.
웃기지만 그게 저들 논리 능력의 한계다. 한국의 정체성이 형성된 건 1897년 대한제국 선포 때고, 일본제국이 합병한 게 그 대한제국이다. 제헌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를 잇는다고 되어있고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1919년이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되어있다. 뉴라이트의 주장은 “그게 아니라 45년에 한국이 짠하고 갑자기 시작된 거면 우리가 욕 덜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현실이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좀 더 야심차게 표현한 것 뿐이다. 김재섭 같은 사람들이 덥썩 무는 거고. 정상인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니다보니 애기 때부터 세뇌할 수 있는 리박스쿨이 필요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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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별개로 한반도 정치체들의 국호에 패턴이 있는 건 맞다.
고조선은 우리가 이성계의 조선朝鮮과 구분하기 위해 古를 붙여 고조선이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조선이라고 불렀다.
이후 고조선의 강역을 차지하는 고구려高句麗는 장수왕 때 국호를 고려高麗로 바꿨다.
200년의 발해/통일신라 남북국시대를 지나 금방 국호는 다시 고려가 된다. 궁예의 후고구려/고려/태봉을 물려받은 왕건은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선언했다.
그 다음은 이성계가 국호를 다시 조선으로 바꿨고, 지금은 북한의 국호가 여전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조선 – 고려 – 고려 – 조선 – 조선/한국 패턴으로 왔다.
통일 논의에서 1960년대부터 북한이 주장하기 시작한 고려연방제 방안이 채택됐으면 다시 한 번 고려가 될 수도 있었다. 영문명이 Korea라 사실 우린 지금도 고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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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좀 예외적이다. 근데 이것도 뉴라이트 주장처럼 45년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고 고조선과 삼국시대 사이에 마한진한변한馬韓辰韓弁韓 삼한 시절에서 따왔다. 1897년 대한제국 선포 때 고종이 한韓을 국가의 공식 상징으로 격상시키고 이후 신민회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에서 “한민족”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서야하는 상황에 19세기 말 전세계적 민족주의의 유행을 빌어 황제의 나라임을 선포하고 “大韓”이라는 아직 사용된 적 없는 나라 이름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장착, 혹은 옛 정체성을 재발굴했다.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한민족, 한반도, 한국, 한국인이 된 게 겨우 130년 정도 됐다는 뜻이다. 훈민정음/언문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도 1908년 주시경 선생 덕이니 대한제국의 새 정체성 캠페인의 영항을 받았다고 볼수 있다. 한국인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조선인이나 고려인이어도 별로 생소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럼 그 전에는 우리를 스스로 조선민족이라고 한 적이 있냐… 민족주의라는 게 근대의 발명이다보니 예전엔 꼭 “우리”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빠르게는 삼국시대 때 고구려 신라 백제로 나눠져 있음에도 셋을 한번에 부를 때는 삼한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고려 때 기록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삼한일통” 같은 시대를 가로지르는 민족으로서의 역사적 정체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는 사실 소중화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다보니 우리를 민족으로 묶어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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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별개의 이야기지만 한국 민족주의/유사사학 계열에서 ‘한’이라는 단어에 애정이 굉장하기도 하다. 한글, 한강의 한, 튀르크/몽골계의 칸/한汗, 환인환웅의 桓, 한韓, 단군의 단檀, 배달倍達/밝달의 배 등이 다 같은 ‘밝다/크다/위대하다’의 의미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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