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타시아 aphantasia 업데이트:
지금까지 찾아낸 바로는 여러 조합 중에 내 뇌는 시각, 촉각, 미각과 후각을 상상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 청각은 신기하게 거의 정상적으로 내 머리속에서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다.
좀 더 설명하면 난 눈을 감으면 아무런 모습도 머리 속에 떠올리지 못한다. 빨간 사과가 뭔지는 이미 잘 아니까, 어떻게 생겼을지 상식에 바탕해 묘사한 내용을 떠올리며 “내가 지금 빨간 사과를 상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눈을 감으면 내 뇌는 장님이 된다. 일반인은 정도차이는 있지만 눈앞에 빨간 사과가 나타난 듯 떠올릴 수 있다 한다. 난 그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세상사람들 다 나같은 줄 알았으니까.
마찬가지로 냄새를 상상할 수 없다. 김치가 무슨 냄새인지 생각해보면 강한 냄새 매운 냄새 약간 신 냄새 등이 섞여있다고 텍스트로 생각을 하지 그 김치냄새는 물론 고춧가루 냄새나 신 냄새도 지금 난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후각과 면밀한 관계인 미각도 마찬가지다.
촉각은 방금 전까지 확신이 안 들었고 지금도 잘은 모르겠는데 청각, 즉 소리는 꽤 원본에 가깝게 머리 속에서 상상하고 재생하고 기억할 수 있는 거에 비하면 촉각도 상상할 수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여기에 SADM 자전기억결핍증이 겹쳐 있다. 내 인생에 과거일은 대부분 기억이 안나거나 워낙 희미해서 기록이나 남의 기억에 의지한다. 아판타시아가 있는 사람이 다 자전기억결핍증이 있지는 않은데 많은 수가 두 증상을 다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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