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발 보이밴드 외모 검열, IT 회사들 압박 뉴스 등을 보며 많이들 역시 미개국이라며 해외토픽감으로…

요즘 중국발 보이밴드 외모 검열, IT 회사들 압박 뉴스 등을 보며 많이들 역시 미개국이라며 해외토픽감으로 보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마구 나오는 독재자의 헛발질이 아니라 자기들 나름 국가 대계의 정책적 결정이 있었다고 본다.

중국이 실패한 독재주의 기획경제에서 벗어나 자유방임에 가까운 자본주의 실험에 성공하기 시작한게 겨우 20년이다. 사회 곳곳까지 장악하고 관리하던 당이 그 권력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경제개발을 선택했지만, 자본주의가 이끄는 방향으로 사회가 계속 변화하도록 둘 생각은 없음을 항상 분명히 해왔다.

미국과 본격적 체제경쟁에 돌입하게 된 이 시점에 미국의 홈구장인 자본 권력에 바탕한 세계에서 싸울 것인가, 팬데믹 상황에서 그 이점을 드러낸 국가주도 경제 체계로 싸움에 임할 것인가의 선택이 강요됐고, 중국 정부는 그 선택을 끝낸 걸로 보인다.

비유하자면 망해가던 인디 락 레이블이 대세에 순응해 걸그룹/보이밴드로 대박을 내서 빌딩을 올리고는 “우린 이제 원래하던 장르에도 집중할 예정이다”라며 돈 안되는 아티스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

자유방임으로 세계 2위 경제가 됐고 곧 미국의 경제규모를 넘어설 예정이지만, 고성장을 포기하더라도 자기들은 자신들의 신념/체제 유지로 가겠다는 뜻이다. 어차피 이제 세계의 공장이 되기도 힘들고 고성장도 힘들고, 계속된 서구화의 끝은 최근 홍콩에서 경험해본 민주화/공산당의 퇴출일 게 뻔하고 그게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계획이었으니까, 이제 키워놓은 경제력도 즐기고 공산당의 패권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스운 상황만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 간의 체제경쟁이 그렇게 오래 유지된 건 50년대에 소련이 경제개발에 성공한 상황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망하는데도 오래 걸린 부분이 있다. 지금 중국은 그때 소련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 중국의 선택이 궁극적으로 실패로 끝나더라도 이 냉전은 앞으로 50년은 지속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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