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트럼프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이상,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단순한 일회성 공습이 아니라, 미국이…

이제 트럼프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이상,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단순한 일회성 공습이 아니라, 미국이 실질적으로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참전했다는 의미이고, 이란이 어디로 반응의 수위를 조정하느냐에 따라 중동뿐 아니라 세계 질서 전체가 출렁일 수 있다. 먼저 이란이 항복 혹은 협상에 나서게 될 가능성을 따져보자. 이란의 핵시설이 치명적 타격을 입었고, 미국이 추가 타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군사적 압박을 가중시킬 경우, 정권 내부에서 타협론이 부상할 수 있다. 특히 경제 제재로 이미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란은 전면전 대신 제한적 협상을 통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체면을 살린 휴전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통해 ‘이란 핵 포기’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게 되고, 트럼프는 선거에서 이를 강력한 외교적 승리로 포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란 내부의 반미 정서, 혁명수비대의 입지, 정치·종교 권력의 이중 구조를 고려할 때, 이렇게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항복은 곧 정권의 정당성 자체가 무너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란이 반격에 나서는 시나리오는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란은 과거에도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시아파 조직 등을 통해 비대칭적 보복을 감행해왔다. 이번에도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미군 기지, 혹은 주둔 중인 미군 부대를 향한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이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공격, 해외 암살, 폭탄테러도 유력한 수단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수단들은 이란이 일방적으로 ‘테러리즘’을 수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이 이미 수년간 이란을 상대로 자행해온 전략적 패턴이기도 하다. 이란 핵과학자 암살, 시리아·레바논·이라크에서의 친이란 간부 폭사, 이란 내 산업기반을 마비시킨 사이버작전 등은 이스라엘의 비대칭전 전술의 핵심이었다. 이란이 같은 방식으로 반격할 경우, 그것은 전례 없는 테러가 아니라 ‘되갚음’에 가깝다. 이란이 전쟁을 지속하면서 노릴 수 있는 전략적 목표는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체제 생존과 지역 내 반미 축 결속, 국제 에너지 시장을 통한 협상 지렛대 확보, 미국의 전략적 피로 유발, 국내 통제력 강화, 종파적 리더십 확장,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안보·경제 협력을 더 깊이 공고히 하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프레임으로 확산될 경우, 이란은 스스로를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을 위해 싸우는 유일한 이슬람 국가”로 내세우며, 수니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는 틈을 타 시아파의 도덕적·종교적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중동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시아파 진영의 대외적 위신을 제고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지상군을 동원한 전면전에 쉽게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침투가 어려운 고원 국가 중 하나다. 국토 대부분이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이며, 주변은 산맥과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프가니스탄조차 이란에 비하면 군사 접근성이 좋은 편이었다. 이라크와 달리 국경을 따라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다를 통해 상륙하기에도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병목지대가 존재한다. 만약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하거나 기뢰를 설치할 경우,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마비되며 에너지 시장이 즉각 요동칠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내륙 깊숙한 목표물을 타격하는 공습과 드론 작전 이상으로는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구조다. 이란도 이 점을 잘 알기에, 전면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이 그 전면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출혈과 혼란의 늪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 아래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상황을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면,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당시에도 미국은 사실상 이라크 편에 서서 이란을 직접 타격한 전례가 있다. 1988년에는 이란 항공 655편 민항기를 격추했고, 그 이전에도 미국 해군은 이란 해군 함정을 공격하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해전까지 벌였다. 당시 미국은 ‘이란의 확장 저지’라는 명분 아래 개입했지만, 그 개입이 이란의 항복을 이끌어내거나 체제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전쟁이 끝난 뒤 이란 내 정권은 더 강경해졌고, 반미 정서는 구조화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공습이 일시적 타격에는 성공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이란 체제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례는 명확하다—이란은 버티고, 미국은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에 들어간다. 더불어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전략적 전선 분산이라는 구조적 취약점도 노출시켰다. 미국이 중동에 다시 깊이 개입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동시에 떠안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명확한 기회가 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보다 공격적인 공세를 재개할 수 있고, 중국은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다. 이란과의 전면 대결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억지력은 자동으로 아시아에서 약화된다. 특히 대만 입장에서는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이 점점 명확해질 것이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권력 균형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남긴다. 공습 전까지는 이란에 대한 무력개입을 둘러싸고 백악관 내부에서도 분열이 있었다. 국방부와 정보기관 일각에서는 확전 위험을 우려하며 자제를 요구했고,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추자는 강경파는 선제공격을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고, 일단 폭격이 단행된 이상 내부 반대 목소리는 일시적으로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명확한 전략 없이 상황이 꼬일 경우 내부 균열은 더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전쟁이 외교적 고립이나 경제적 파장으로 이어질 경우, 트럼프 개인의 책임론이 부각되며 행정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관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겉으로는 이란 견제에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자국 내 불안정 확대와 에너지 시장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개입이 이란의 역공으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가 자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이들을 확고한 군사 동맹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는 국제 여론이다. 유럽을 비롯한 전통 우방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이 유엔 승인 없이 단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을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국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전쟁의 향방은 이란이 어느 수준까지 ‘무너졌다고 판단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 어느 선까지 ‘계속 때릴 의지와 여유가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란이 항복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략적 후퇴를 택해 시간을 벌 수는 있다. 반격 시도는 거의 확실시되며, 그 수위와 형태에 따라 미국의 대응 강도도 정해질 것이다. 미국은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지만, 동시에 다른 전선들에서의 균형을 잃는다면 전략적 오판이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트럼프의 한 번의 명령으로 인해 핵과 전면전을 넘나드는 미지의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