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는 평생 독신이었고, 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나지 않았다. 도시 바깥으로 벗어난 일도 거의…
임마누엘 칸트는 평생 독신이었고, 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나지 않았다. 도시 바깥으로 벗어난 일도 거의 없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갔고, 동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시계를 맞췄다. 글을 쓰는 시간, 식사 시간, 사람을 만나는 시간 모두 분 단위로 정해져 있었다. 그의 사고방식도 삶처럼 구조적이었다. 감정보다 범주, 개념, 규칙에 몰두했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거나 관계를 조율하기보다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보편 윤리를 만들어냈다. 윤리조차 정서적 직관이 아니라 논리와 의무에서 출발했다. 공감의 결핍, 반복과 규칙에 대한 강한 집착, 사회적 거리 두기, 감각과 감정에 대한 무관심.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자폐 스펙트럼에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요소를 여럿 갖고 있다. 그에겐 세상은 정리되고 예측 가능해야 했고, 그는 그 안에서 완벽한 질서를 만들고자 했다. 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칸트의 마지막 말은 “Es ist gut.”, 번역하면 “이 정도면 됐어.” 더 설명도, 감정도 없었다. 삶의 마침표마저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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