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꿀벌의 60%가 사라졌다. 꿀벌 대량 폐사는 예전에도 간간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꿀벌의 60%가 사라졌다. 꿀벌 대량 폐사는 예전에도 간간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례 없는 규모는 처음이다. 단순히 꿀만의 문제가 아니다. 꿀벌은 대부분 식물의 수분을 책임지는 핵심 곤충이며, 이들이 사라지면 주요 작물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식물들도 대거 멸종할 수 있다. 이는 곧 식량 생산의 붕괴로 이어지며, 인간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다. 직접적인 원인은 진드기과에 속하는 기생충과 그가 옮기는 바이러스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결정타일 뿐, 근본적으로는 벌들의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강한 벌이라면 견뎠을 바이러스에 지금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벌들의 건강이 약해진 원인으로는 살충제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의 불안정, 꽃 개화 시기의 변화, 극단적 기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벌들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재 꿀벌을 노리는 진드기를 잡는 데 효과가 있는 살충제는 전 세계적으로 단 한 종류만 남아 있다. 모든 양봉장이 이 제품에 의존한 결과, 진드기들이 그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사실상 듣지 않는다. 더욱이 농업에 사용되는 다른 농약 성분 중에도 벌에게 심각한 독성을 보이는 물질들이 확인되고 있다. 이 문제를 조사하고 대응할 책임이 있는 미국 농무부(USDA)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축 정책으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트럼프 1기 때 그는 질병통제센터(CDC)의 해외 사무소들을 대거 폐쇄해 야생동물 사이의 병원체 전파를 연구하던 글로벌 감시망을 무력화시켰다. 그 결과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을 제때 포착하지 못해 전 세계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다. 그때는 바이러스였고, 이번엔 먹거리다. 이번엔 꿀벌을 위협하는 생태계 문제를 방치해 인류의 식량 기반을 흔들고 있다. 꿀벌 사망은 곧 생태계 전체에 대한 경고다. 이대로 방치하면 식물, 곤충, 동물, 인간까지 먹이사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