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카를로 에스포시토Giancarlo Esposito를 처음 본 건 에디 머피 영화 [대역전 Trading P…

쟌카를로 에스포시토Giancarlo Esposito를 처음 본 건 에디 머피 영화 [대역전 Trading Places] 에서 유치장에서 잠깐 만나는 조무래기 범죄자로 나왔을 때였다. 아마 대사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뒤에도 이런 저런 단역으로 여기 저기에서 보이긴 했는데… 2009년에 [브레킹 배드]에 거스 프링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인생 대박이 난다. 마약계의 숨은 큰손인 악당 역인데, 그냥 악당 역을 한 게 아니라,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이미 그 세계관이 딱 정의될 정도로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치 옷깃 하나, 머리털 하나, 눈깜박임 하나까지 다 의도적으로 미리 계획해서 조금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미소지으며 친절한 말투로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냉혹함을 숨기려드는 것도 아니다. 이 인물에게서 받는 위압감은 이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 악을 행할 때도 똑같은 철저함과 완벽함으로 임할 것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게 되는 점에서 온다. 정말 보기 힘든 명연기고 인물이었다. 이 드라마 이후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등 큰 배역을 많이 맡고 있다. 근데 에스포시토에게는 쉽지 않은 기회였다. 먼저 이 거스 프링이라는 인물은 칠레 출신 미국인이고 회상 장면 등에서는 스페인어 대사를 해야했는데, 이 배우는 사실 히스패닉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이고 어머니는 미국 흑인었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스페인어로 대사를 연습했지만 칠레 발음이라는 게 스페인어 원어민들도 흉내내기 힘들어하는 발음인데 이분은 스페인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라… 발음은 아직까지도 그 연기의 유일한 단점으로 남는다. 근데 그걸 모르고 보면 이 사람은 분명 남미 어딘가에서 어렸을 때 미국에 온 배우일거라 상상하게 된다. 그의 연기 때문에 그렇게 믿게 된다. 게다가 그땐 에스포시토가 평생 단역을 전전하다 파산 상태에 이르러, 네 명의 어린 자녀들을 위해 사실상 생명보험 사기를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인생 마지막 기회였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결심으로 해낸 연기가 전 세계인의 마음과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