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참 어려운 거다. 특히 그냥 욕심 채우기 위해 하는 정치가 아니라 큰 뜻을 세우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란 참 어려운 거다. 특히 그냥 욕심 채우기 위해 하는 정치가 아니라 큰 뜻을 세우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는 정치일 수록 힘든 것 같다. 정치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자들은 이상하게 독재정권을 상대로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저 당 정권 하에서는 항상 독재주의로 흐르고 우린 싸우게 된다. 근데 권력을 쥔 독재자와 싸우는 방법이라는 게 뭐가 있을까. 정부과 군대를 가진 독재자가 저항하는 세력을 총칼로 죽이면 싸움이 끝나니 저항군도 탱크를 사야하나? 우리의 경험은 어땠고, 다른 국가들의 경험은 어땠었지? 현실에서는 군사력을 가진 독재자와 무력으로 맞서 싸워 민주화를 이루기는 어렵다. 그런 희생을 하기에는 양측의 출발점이 조직력, 무력에서 너무 너무 차이가 크다. 대부분의 경우는 꾸준한 저항과 협상을 통해 단계적 민주화를 이루게 되고, 고비에는 국민의 의지를 한 곳에 모아 압박하는 방식으로 한다. 왕정제가 입헌군주제가 되는 과정이나 6.10 항쟁같이. 그 과정에서는 필수적으로 민주주의 세력의 지도자가 독재세력과 협상과 타협을 하게 된다. 세상일을 잘 모르는 사람은 "나쁜놈들은 당장 없애고 좋은 일하면 되는 거지 뭐가 그렇게 힘들어. 적 아니면 아군이지"라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의 인물들 99%는 장점과 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 선악, 흑백으로 나누는 건 항상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지 그게 진실은 아니다. 현실에서 독재자는 민주화 세력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민주화에 순응할 것 같이 희망을 주며 밀당하고 민주화 세력은 독재정권이 조금만 양보해주면 나머지는 타협할 것 같이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라고 불러주며 흥정한다. 말을 안듣는 야당 의원이 보이면 바로 사형시키는 독재자나, 독재세력이랑은 말도 섞지 않겠다며 순수성을 주장하는 민주투사는 성공하지 못한다. 아웅 산 수 치 여사가 미얀마 군부로부터 권력을 이양받고 나서도 군부에 대한 통제권이 없었고, 계속 달래가며 부분 부분 권력이양을 받는 긴 과정 속에 있었기에 군부의 로힝야 학살에 대해 부인하며 수십년간 쌓아왔던 국제적 명성을 포기하면서라도 계속 협상을 이어가려 했던 게 좋은 예다. 어느 정도 성공하다가 결국 쿠데타와 내전 발발로 실패했다. 국제사회 기준에 따르자면 군부를 비난하고 학살을 멈추라고 요구했어야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 대부분이 로힝야 학살을 지지하는 상황에 그랬다가는 미얀마 내부에서 지지자들을 잃고 실각할 상황이었기 때문이고, 아직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부를 자극하는 일을 피하려던, 직접적 부딪힘보다 설득과 타협을 선호하는 수 치의 스타일이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관련 행보를 보며 난 수 치를 떠올렸었다. 정권은 잡았지만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나라에서는 대통령도 검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개혁을 할 수 있다. 원전정책 등으로 압색 수사를 받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민주당은 민주투사로 똘똘 뭉친 조직이었냐 하면 이낙연을 위시한 또다른 비주류 기득권 세력이었고. 다른 방법이 없으니 민주당 기득권에게 친문으로 이미지 세탁을 허용하고 그들을 어떻게든 잘 부려 국정운영하는 수 밖에 없던, 사지가 적이었던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했을 거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검찰개혁 관해서는 미얀마와 똑같이 결국 검찰의 쿠데타로 끝. 정치는 참 어렵다. 내가 그때 그들 입장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그들보다 1만큼이라도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들만큼 할 자신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