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다양한 평가가 가능. 예를 들어 87년에 김대중이 김영삼에게 양보했더라면…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다양한 평가가 가능.
예를 들어 87년에 김대중이 김영삼에게 양보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역사적 가정을 생각해볼 수 있음. 했다면 사실 명분이 약해서 당시에 민주진영 지지자들에게서 많은 욕을 먹었을 거고, 김영삼이 나중에 IMF 사태를 초래한 걸 생각하면 무슨 실리가 있겠나 했을 수 있는데, 적어도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연장을 막을 수 있었을 거고, 3당합당이 이뤄지지 않아서 경남을 중심으로한 민주화 세력의 절반이 오늘날 국힘 세력으로 융합되는 일을 막았을 수도 있음. 그 이후 나라를 반토막 낸 지역감정의 발호를 막을 수도 있었음. 지나고 나서 따져보면 87년에 양보하고 지지자들에게 욕먹는 게 진영의 미래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훨씬 합당한 결정이었을 것. 본인의 집권도 97년이 아닌 92년으로 5년을 앞당겼을 거고.
이권을 중심으로 뭉쳤다 바로 사라진 친이에 비해 이념적 성격이 강한 친박은 아직도 살아있음. 만일 박근혜가 감옥에서 병으로 죽거나 하면 이 친박 세력이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이 있었음. 노무현 정권 말기, 이명박 정권 초기에 패족이 된 친노는 노무현 서거 이후 이명박에 대한 사실상 전국민적 반발에 힘입어 몇 년 뒤 화려하게 부활하고 오늘날 민주진영의 핵심세력이 됨.
명분, 특히 촛불시민의 심기를 따지자면 절대 해서는 안될 사면이었겠지만 장기적인 역사의 흐름을 보자면 꽤 중요한 결정. 실리가 명분을 압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봄.
나도 화나고 박근혜가 한번도 죄를 반성한 적이 없고, 살아서 앞으로 수십년간 뻔뻔한 소리만 하고 돌아다닐 게 뻔하니 문재인 대통령은 두고두고 욕먹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인 듯. 특히 이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얻게될 실익 같은 건 없다는 걸 보면 큰그림을 생각하고 자신을 희생한 걸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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