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찐명 감별’이나 내각 인사의 도덕성 검증이 아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찐명 감별’이나 내각 인사의 도덕성 검증이 아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이재명식 국정 운영 방식의 분석과 체계화다. 간단히 설명하자. 같은 권한, 같은 공무원 조직, 같은 과제를 두고 행정을 맡겼을 때, 이재명을 능가할 행정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재명이 맡았던 직위의 전임자와 후임자를 이재명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조직 운영이나 정책 집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사실이다. 우리는 성남과 경기에서 지난 수 년간 그 능력을 눈으로 확인해 왔고, 이제 이재명 지지여부과 관계없이 온국민이 그 능력을 목격 중이다. 방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명박의 나라를 해먹는 능력을 인정했던 것처럼, 저쪽 진영에서도 욕하면서도 이 개혁의 속도와 규모를 다 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차기, 차차기, 앞으로 50년이다. 이재명 다음에 또다시 인기투표 수준으로 후보를 뽑고 ‘제발 잘하길 바라는’ 시절로 되돌아가선 안 된다. 가장 인기 있는 후보를 뽑아도 소용없고 학교 공부 성적이 가장 좋았던 사람을 뽑아도 봤지만 해결 안된다. 이재명의 기준을 직접 본 유권자 입장에서, 이후 인물들에게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행정 불신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차기 민주당 대통령들은 이 수모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그래서 우리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합당한 인재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는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력과 업적, 공약이행율을 보면 된다. 근데 처음 출마하는 사람은? 지금의 공약이행율이 체계화나 표준화가 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재명식 국정 운영의 원리와 철학, 정책결정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유형화해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 기준이 모든 것을 완벽히 전수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기준점이 된다. 우리식 '마이스터 제도’를 만들자. 정조의 초계문신제, 도제 시스템, 신라의 화랑도, 양영원 성균관 시강원,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 이스라엘의 탈피오트, 특히 독일식 마이스터 제도 등 참고할 수 있는 제도도 많다. 이 인재양성제도의 핵심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 우리는 이를 오늘날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지자체에 파견돼 다단계 실습형 시험으로 구성하고, 행정 능력, 조직 운영, 문제 해결 능력, 정책 판단력 등을 실전 과제와 시뮬레이션과 토론으로 평가한다. 최종 목표는 이 제도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시스템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상을 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루는 정치는 국회의원 공천에서는 행정뿐 아니라 법 이해도, 정치력, 설득력, 인지도, 인기, 특히 토론능력 등을 고려하는 시스템을 만들되, 행정이 중요한 자자체 경선과 공천은 결국 아예 이걸로 바꾸는 게 맞다. 고시촌에서 인생 허비하는 수만명의 상당수를 흡수해 진짜 실력가가 자라는 민주당 경선 준비 공부방들을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지자체장은 인기투표가 아니라 물건을 사용자후기 보고 고르듯 경력, 공천이행률 등을 보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1. 기초자치단체장부터 도지사, 일부 국회의원까지의 후보 경선을 이 기준 기반의 평가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2. 선출된 인물은 당 차원의 주기적 평가와 멘토링을 받는 체계적 임기 관리의 대상이 된다. 동시에 모든 지자체장은후배 양성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그 결과도 평가 받아야 한다. 3. 재선 혹은 승격(광역→중앙 등)은 이 프로그램의 후속 평가 단계를 통과한 자만 허용한다. 4. 이 모든 평가는 지속적으로 기록되고 학습되며, 공공성과 투명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이 방식은 단순히 ‘좋은 인물’을 뽑는 걸 넘어서서, 다음 세대의 행정형 리더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어떤 이들은 아직 본인조차 자신의 역량을 모른다. 아직 기회를 받지 못한 숨어있는 이재명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이 체계를 잘 만들면, 지금은 무명의 평범한 당원이 내일의 명확한 국가 운영자가 될 수 있다. 5년에 이재명 한 명씩만 발굴하면 된다. 이게 성공하면 더 이상 지자체장직은 사업 등에 성공한 유지들의 다음 트로피가 아니라 행정가들의 몫이 된다. 게다가 국힘 등 다른 정당들은 한국 정치에서 아예 논외가 될 수 있다.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 경선만 기다리게 된다. 사람 사는 곳의 행정은 결국 다 비슷하다. K-국가경영 교본이 공식 라이선스를 사서 가져가건 불법적으로 복사해가건 전세계에서 공유될 거다. 우리는 이재명의 유산을 원유 발견한 인도네시아처럼 즐기는데 그쳐선 안 된다. 카타르, UAE, 노르웨이처럼 지속가능한 체제를 설계하고, 재현 가능하고, 대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시스템이고, 우리가 필요한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