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들이 핑크색 마디 전체에 미각 수용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컴포스팅 빈에 사과껍질을 넣기 전…

“지렁이들이 핑크색 마디 전체에 미각 수용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컴포스팅 빈에 사과껍질을 넣기 전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됐다. 어둠 속에서 사과의 달콤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환희의 꿈틀거림을 상상하면서. 이제 비트, 파슬리, 아보카도, 멜론, 당근 잎사귀부분 등도 먹인다. 지렁이들의 삶은 단조로울거라 생각했다. 시각도 없이 어두운 곳에서 사는, 어쩌면 거의 천박한. 이제 그들이 극단적이고 퇴폐적인 쾌락 속에 사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거기에 어떻게든 기여하려 노력한다. 그들의 메뉴 끝단에 내가 있다는 걸 잠시 망각한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