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단순한 미군 기지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일본, 대만 사이의 중앙에…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단순한 미군 기지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일본, 대만 사이의 중앙에 놓여 있고, 전략적으로는 미 본토 외 가장 크고 가장 정교하게 구축된 해외 기지다. 그러나 이 기지가 진짜 중요한 이유는 크기나 위치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군이 미국의 전략적 동맹을 넘어 사실상 미국의 일부 작전기능을 대행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 때문이다. CSIS, RAND, CNAS 같은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이곳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RAND는 평택을 “전시에 괌이 무력화되면 사실상 유일하게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대체 거점”이라고 평가한다. CNAS는 “한반도는 더 이상 방어 대상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 병력 회전문”이라고 말한다. 주일미군은 일본 정치와 헌법의 제약을 받고, 괌은 탄도미사일에 노출돼 있고, 오키나와는 주민 반대가 극심하다. 반면 평택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현지군이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다른 미군 기지들은 다들 지역과 기지 방어 등 기본 임무가 있어서 주한미군과 달리 타지 파병에 한계가 있다. 설계도 다른 오래된 기지들과 달리 캠프 험프리스는 폭격이나 미사일 타격 시 생존성을 고려해 주요 시설이 지하화된 설계가 많다. 비교적 사드, 패트리어트, 천궁 등 방공망도 여러 시스템이 중첩으로 밀집된 곳이 한국이다. 한국군은 F-35A를 비롯해 패트리엇, 천궁, 이지스함, 그리고 자체 개발한 현무 시리즈와 SLBM까지 운용하는 전략무기 보유군이다. 한미 간 통신·지휘통제·정찰체계는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있으며, 유사시 한미 혼성 전력처럼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미국이 자기 기지를 자기 군대가 아닌 동맹국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전초기지는 사실상 전 세계에서 평택 기지 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평택이 미국 전략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 주둔기지를 넘어선다. 상상력을 더해 비교하자면, 미국이 유사시 중동에서 미군기지를 몇개 닫는 대신 평택을 유지한다면, 손실은 있지만 미국에게 제일 중요한 중국 관련 작전 대부분의 지속은 가능하다. 그러나 평택을 잃고 괌이나 일본만 남는다면, 인도-태평양 전략은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전략가들은 평택이 없다면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는 시나리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이곳은 이제 '한반도 주둔 미군의 기지'가 아니라, '아시아 작전 전체의 축이자 본토 기능을 분산시킨 확장된 미국 자체'로 인식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다른 기지와 달리 캠프 험프리스는 규모도 가장 크지만 그 중요한 전략 자산을 주한미군이 텅텅 비워놓고 다른 지역(대만)에 작전 나가도 어차피 한국군이 강해서 기지 털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군이 원하건 원하지않건 외국군이 한국땅을 침공하면 한국군이 막긴 막아야하니까. 어차피 한국군 전시작전지휘권도 미군이 가지고 있고. 일본과 달리 한국 헌법이 주한미군 출병을 제한하지도 않고. 사실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게 아니라 주한미군 시설을 한국군 방위체계 안에 넣어 공짜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게 미군이다. 게다가 미국과 싸우고 있는 나라는 자신들 사정이 급하니 한국을 공격하는 수 밖에 없다. 한국군은 미국의 의지에 따라 자동으로 참전하는 효과가 있다. 가장 중요한 지역에서, 비용도 절감하며 자신들에게 지휘권이 있는 한국의 정예군을 총알받이로 써 미군 장병의 생명을 아끼고 미국내 여론 악화를 미룰 수 있다. 이러니 어떻게 미국이 평택을 포기하겠나.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조차 한국이 여전히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은 이미 한반도 방어보다는 동아시아 전체 작전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방어 대상이라는 설정 하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하기 위한 기반 시설 운영비 부담과 안보 보장을 한국이 대신 해주는 셈이다. 이 모순된 구조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전략 현실을 고려할수록 점점 더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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