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일본어 관계 연구나 한일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유래 연구 등에서 과거사 등으로 생성된…

한국어 일본어 관계 연구나 한일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유래 연구 등에서 과거사 등으로 생성된 감정을 배제하고 보는 게 매우 힘든 일일 수 있다. 아무리 객관적인 마음을 유지하고 싶어도 막상 마치 임나일본부설의 재탕같이 들리는 반도일본어설 같은 걸 들으면 경계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근데 1000-2000년 전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언어를 이야기 할 때는 사실 아프리카의 어떤 민족과 언어를 접하듯 외국 문화와 외국어로 보는 게 맞다. 한국인, 한국어라는 것도 정말 다양한 세력과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여러차례 융합되며 생성된거라 우리가 고구려어를 보고 "저게 우리 옛 언어다"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우리 말 어휘의 반 이상이 한자어라고 중국어가 우리 말이라고 하기 힘든 것처럼. 중국에서 한반도로 오는 세력은 항상 있었으므로 고대 중국을 보고 우리 선조라고 하는 것만큼 의미없다. 마치 우리가 선조들을 따지고 혈통을 따질 때 주로 부계를 생각하고 모계 쪽으로도 동일한 수의 선조가 있음을 잊기 쉬운 것처럼, 한 대를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선조의 수도 두 배가 늘어서 몇백년만 올라가면 동아시아 전체가 친척이 되는 마법이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징기스칸의 DNA를 갖고 있다. 과거로 올라갈 수록 혈통, 우리 vs 왜놈 같은 논리가 의미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고대 언어를 대할 때는 현대 민족 감정을 내려놓고, 하나의 ‘외부 체계’처럼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역사나 언어 연구에 감정을 개입시키는 태도 자체가 국가주의의 연장선이며, 이 사고를 버리지 못하면 우리는 학문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진실을 직시하려면 색안경부터 벗어야한다. 그냥 신기한, 우리랑 무관하지는 않아서 더 신기한 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돼 지금 일본인들은 100% 삼국시대 한반도인들이 건너가서 생겼다는 사실이 발견된다고, 일본이 당장 "어이구 오늘부터 우리는 한국의 부하가 되겠습니다" 하고 고개 숙일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가 사실로 드러난다고 한국이 일본 땅 되는 것도 아니다. 역사, 학문은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게 맞다. 결국 고대 언어 연구란 ‘우리 것 찾기’가 아니라, 우리와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외부 체계 중 하나를 탐구하는 일이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전반적으로 잘 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국가주의가 일반적으로 후진국들의 특성이라는 거다. 국제적으로 장사하고 정치하고 외교하는 나라들은 국가주의를 앞세우지 않는다. 국가주의는, 특히 타국의 국가주의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심지어 당사자 나라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국가주의는 약소국이 국민 통합을 위해 사용하는데에나 유용하지 국제 질서에서 유연한 외교와 협력에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할리우드도 냉전시대 체제 경쟁을 위한 징고이즘이 유행했으나 그 이후는 "미국 최고"보다는 미국 정부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개인 영웅담이 위주가 된다. 국뽕 유행이 지나갔고, 세계가 봤을 때 작은 한국이 드라마에서 조금 "한국 으쌰으쌰" 해봤자 귀여워서 K-문화는 흥하지만 무서운 중국의 아직 국뽕을 버리지 못하는 C-문화는 뜰 수 없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