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장의, 장례식 문화를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는데, 뭔가 덮개를 들어 사회의 숨겨진…

한동안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장의, 장례식 문화를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는데, 뭔가 덮개를 들어 사회의 숨겨진 속살을 보는 느낌이 있다. 장의도 문화기 때문에 대만의 장의 문화에서 한국의 장의 문화와 공유되는 문화적 역사적 교류의 흔적 같은 것도 느꼈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건 필리핀의 장의 문화였다. 일단 인구가 워낙 많다. 전체적으로 가난하다. 그리고 카톨릭 국가라 티베트나 인도 바라나시 같이 생소한 방식이 생겨나기보다 일반적인 매장과 제사 풍습 속에서 인구과밀과 가난이 다양한 장례 풍경을 만들어낸다. 지역 문화에 따라 절벽에 관을 매달아 보관하는 풍습이 있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동묘지에 매장한다. 단지 워낙 오랜 기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묘지들이다 보니 보통 5년 이상 유지되기는 어렵다. 묘지는 계속 재활용되거나 묘 위에 새 묘를 건축해올린다. 아예 아파트형 묘지도 나온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처럼 시멘트로 네모난 묘를 만든다. 대부분 지하에 매장되기 보다 지상에 묘를 만드는 것 같다. 마닐라 근처에 대형 공동묘지들이 많은데, 1950년대에 빈민들이 여기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냥 갈 곳이 없어서 묘 위에, 사이 사이에 천막 등을 치고 살았는데, 70년이 지난 지금은 일종에 작은 사회들을 구성하고 있다. 그 공동묘지 안에서 수천명이 태어나고 생활하고 일하고 죽는다. 묘 관리, 꽃, 벽돌 생산, 택시, 운구, 등등 다양한 일을 하고 산다. 정부에서도 아예 어느 시점에는 여기 사는 걸 합법화 해주고 이런 저런 작은 사업허가까지 내주고 있다. 스페인/미국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장례식 때 대부분 유리창을 끼운 관을 써서 친지들이 와서 고인을 직접 보며 작별인사를 하는 문화다. 매년 11월 2일이면 All Souls Day라고 해서 거의 전국민이 성묘를 간다. 이날이 아니라도 평소에도 꽤 꾸준히 피크닉 가듯 온가족이 성묘를 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비하면 죽음이 일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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