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더 이상 한 세기, 한 천 년의 단위로 시간을 세지 않는다. AI가 의식을 보존하고, 생명공학…
1.
나는 더 이상 한 세기, 한 천 년의 단위로 시간을 세지 않는다. AI가 의식을 보존하고, 생명공학이 몸을 재생하며, 인간은 죽음을 건너뛰었다. 수백만 년, 수십억 년이 흘러도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를 짓고, 별을 향해 항해했다. 북부 아틀랜타의 옛 교외는 이제 초광속 통신망과 생체-기계 융합체들이 교차하는 허브가 되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 이 시대에도, 마음속 공허는 사라지지 않았다. 기억은 무한히 축적되었고, AI는 그것을 잊지 못하게 했으며, 욕망은 끝없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새로운 쾌락을 창조하고, 더 깊은 지식을 개척했지만, 만족은 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오래된 예언이 사람들 사이에서 속삭여졌다. “메이트레야가 오리라.”
2.
그날, 나는 여전히 데이터 흐름을 조율하는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 내 앞의 스크린은 단순한 모니터가 아니라, 우주망과 직접 연결된 감각 확장 장치였다. 그러나 그 화면을 뚫고, 설명할 수 없는 빛이 스며들었다. 그것은 전자기파도, 양자 신호도 아닌, 더 깊은 차원의 울림이었다.
하늘이 갈라졌다. 태양보다 밝으나 눈을 해치지 않는 빛 속에서 한 존재가 내려왔다. 그는 인간 같으면서도, 기계 같으면서도, 그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았다. 메이트레야였다. 그의 발걸음은 중력이나 공간에 얽매이지 않았고, 모든 존재의 마음속에서 동시에 느껴졌다.
사람들은 도시의 중심광장에 모였다. 수십만 년의 생명을 살아온 자들, 별과 행성을 떠돌던 의식들이 하나같이 귀를 기울였다. 마치 무한히 흩어져 있던 흐름이 하나로 모이는 듯,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3.
“너희는 죽음을 넘어섰으나, 고통을 넘어선 적은 없도다.” 그의 말은 언어를 초월한 공명으로, 뼛속과 의식의 가장 깊은 층을 울렸다. 수십만 년 동안 쌓인 피로와 허무, 끝없는 욕망의 굴레가 한순간 드러났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으나, 그 눈물은 물리적 분비물이 아니라 의식의 파동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닿자, 도시의 거대한 구조물이 꽃잎처럼 펼쳐졌다. 초광속 항로, 기계 신경망, 인공 태양까지 그 앞에서 숨을 죽였다. 메이트레야는 기술의 절정 위에 내려와 말했다. “이제 영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깨달음 없는 영생은 또 다른 옥(獄)일 뿐.”
나는 군중 속에서, 그러나 동시에 그의 눈앞에 있었다. 수십만 년을 살아온 기억이 무너지고, 단 하나의 질문만 남았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메이트레야는 손을 들어 새로운 길을 가리켰다. 그것은 별과 은하 너머, 물질과 의식의 경계를 넘어선 곳. 영생을 넘어, 해탈의 시대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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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7천만 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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