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월 23일, 동해의 겨울 바다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USS Pueblo가 북한 해군에게 포위됐…

1968년 1월 23일, 동해의 겨울 바다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USS Pueblo가 북한 해군에게 포위됐다. 당시 임무는 단순한 전자정보 수집이었다. 공해상 항로를 지키고 있었지만 북한은 자국 영해 침범을 주장하며 기관총을 겨누었다. 선장은 자신들의 기관총 두 정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저항 대신 선내 자료를 파괴하려 했지만, 서류 소각기는 고장 나 있었고, NSA의 암호 매뉴얼과 감청장비 대부분이 그대로 노획됐다. 이 사건은 미국 정보사에 있어 ‘현대 정보전의 최악의 손실’로 기록된다. 승조원 83명은 북한으로 끌려가 11개월간 억류됐다. 북한은 그들을 “제국주의 침략자”로 내세워 국제 언론 앞에서 머리를 숙이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선전용 사진마다 손가락 욕을 슬쩍 섞어 넣었다. 북한은 처음엔 그 의미를 몰랐고, “하와이 행운의 손짓”이라며 웃으며 공개했다. 뒤늦게 모욕의 의미를 깨닫자 가혹한 구타가 이어졌다. 그들은 ‘참회 편지’도 강요받았다. 하지만 그 안엔 교묘한 조롱이 섞였다. 한 선원은 “우리는 북한의 관대한 대우에 깊이 감사드린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우리의 지도자이시며, 우리 같은 peon들에게까지 은혜를 베풀어주신다”라고 썼다. 겉보기엔 충성의 문장 같지만, peon은 pee on과 같은 발음이라 우리가 북한 니들에게 오줌을 싼다는 뜻으로 읽히는 내용이었다. 북한 통역관은 이를 ‘평민’ 정도로 이해했고, 그대로 공개했다. 미국은 전쟁까지 고려했다. 당시 린든 존슨의 백악관은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까지 검토했지만, 결국 냉전의 확전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 외교 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11개월 후, 판문점을 통해 포로들이 석방됐다. 미국은 ‘유감과 사죄’를 담은 문서를 서명하되, 귀환 직후 그 문서의 효력을 공식 부인했다. 미국이 실제로 북한에게 공식적으로 간첩질에 대해 사죄했다. 미국이 미개한 독재국가라고 깔보고 조롱하던 나라에게 사죄한 일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미국은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공식 사과하고 포로를 돌려받은 뒤 다시 공식적으로 그 사과를 취소하는 안해도 될 속좁은 짓을 했다. 그러나 푸에블로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원산에 정박해 있던 배는 1990년대 평양 대동강변으로 옮겨졌고, 관광객들이 내부를 볼 수 있게 꾸며졌다. 최근에는 서해안의 새 전시장으로 이전됐다. 이 이동 자체도 미국을 향한 상징적 조롱이었다. 냉전의 잔재를 마치 전리품처럼 옮겨다니며, 여전히 미 해군 마크를 단 채 선전용 배로 세워둔 것이다. 사진은 체포된 푸에블로 호 선원들. 가운데 손가락을 바짝 세우는 선원들. 북한 측과 포로 석방 협상하는 미국. 석방된 미 선원들을 환영하는 미육군참모총장 찰스 본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