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그래픽카드 시장의 절대 강자는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Diamond Mult…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그래픽카드 시장의 절대 강자는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Diamond Multimedia)였다. 사실 EVGA나 GIGABYTE에 비교하는 게 더 적당할 수도 있지만, 그래픽카드 계에서 지금 엔비디아의 위상을 당시는 다이아몬드가 가지고 있었다. IBM PC용 확장보드 시장이 폭발하던 시기, 다이아몬드는 ‘SpeedStar’, ‘Stealth’, ‘Viper’ 시리즈로 DOS와 Windows 시대의 그래픽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PC를 사서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하려 하면 매장 진열대에는 다이아몬드 박스가 있었다. 1994년에는 북미 시장점유율 1위, 전 세계 AIB(Add-in Board) 제조사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엔비디아는 당시 아직 그래픽칩을 개발하던 신생 팹리스였다. RIVA 시리즈 이전까지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드메이커들이 엔비디아, S3, Cirrus Logic, Matrox, Trident가 만든 칩을 구매해 보드 완성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였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가 엔진을 만들면, 다이아몬드가 차를 조립해 판매하는 식이었다. 그만큼 다이아몬드는 칩메이커와 보드메이커 사이의 힘의 균형이 남아있던 마지막 세대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3D로 넘어갔다. 2D GUI 가속 시대를 주도하던 보드메이커들은 3D 렌더링과 드라이버 최적화 기술이 필요해지면서 점점 칩 설계사에게 종속됐다. 엔비디아와 ATI는 직접 레퍼런스 보드를 만들고 드라이버 생태계를 통제하며 ‘GPU’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고, 그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보드 중심 회사들은 주도권을 잃었다. 그래도 다이아몬드는 혁신의 흔적을 남겼다. 1998년에는 세계 최초의 상용 MP3 플레이어 ‘Rio’를 내놓아 RIAA와의 소송을 통해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의 합법성을 확립했다. 애플이 iTunes로 음악을 팔 수 있었던 게 다이아몬드의 승소 때문이었다. 그래픽카드에서 시작해 디지털 시대를 열어젖힌 셈이었다. 이 회사를 세운 사람은 한국 출신 1928년 생 이종문(Chong-Moon Lee)이다.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1982년 실리콘밸리에서 다이아몬드를 창업했고, 회사를 세계 1위 그래픽보드 브랜드로 키워냈다. 사업 매각 후에는 벤처투자자이자 자선가로 변신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 1,5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자신의 이름이 붙은 ‘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and Culture’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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