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영화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미국사람들이 야구 영화를 이야기할 때 꼭 빠지…

1989년 영화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미국사람들이 야구 영화를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영화다. 사실 야구 경기 장면은 거의 안 나오고 옛날 야구, 옛 유명 야구 선수들에 대한 추억, 향수 그리고 일찍 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다루는 영화다. 야구 영화로서는 같은 케빈 코스트터 주연의 [19번째 남자 Bull Durham]가 더 경기 자체에 대한 내용이 많다. 원작 소설이 W.P. 킨셀라의 [맨발의 조 잭슨]인데, 여러모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작가가 J. D. 샐린저의 팬인데, [호밀밭의 파수꾼]에도 홀든의 친구 리처드 킨셀라라는 인물이 있다. 맨발의 조 잭슨의 주인공 이름 레이 킨셀라는 샐린저의 미발간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서 따왔고 레이 킨셀라의 쌍둥이 형으로 리처드 킨셀라라는 이름을 썼다. 다시 정리하면 샐린저 소설들에 킨셀라라는 성을 가진 인물들이 있고, 실제 킨셀라가 이름인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서 그 캐릭터 이름들을 차용했다. 게다가 맨발의 조 잭슨에서 주인공의 미션을 돕는 인물로 아예 작가 J.D. 샐린저를 등장시켰다. 샐린저는 원래 자신이나 자신의 작품에 관련해 툭하면 소송을 걸기로 유명한 작가고 실제로 영화 제작팀에게도 자기 이름 쓰지말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영화에서는 그래서 그 인물 이름이 테런스 맨으로 바뀌었다. 테런스 맨을 납치해 데려가는 펜웨이 파크 야구장 장면에 어린 무명배우들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관객 엑스트라로 참여했다. 영화도 촬영하는 동안은 [맨발의 조 잭슨]이 제목이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제작사에서 어감이 안 좋다고 꿈의 구장으로 바꿨다. 감독 필 에이든 로빈슨은 자기는 맨발의 조 잭슨이 좋은데 왜 바꾸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근데 나중에 원작 작가가 밝힌 바에 의하면 자신의 소설도 원래 제목이 [꿈의 구장 Dream Field]였는데 출판사에서 마음대로 맨발의 조 잭슨으로 바꾼거였다. 우연이 계속 겹쳤다. 맨발의 조 잭슨이 실제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진한 남부 사투리를 쓰는 왼손잡이 타자였지만 뉴욕 출신 이탈리아계 오른손잡이 배우 레이 리오타가 그 역에 적격이었기에 고증을 포기했다. 이 영화에 제대로 감동하기 위해서는 사실 미국 문화 속에서 보낸 유년기가 필요하다. 미국 영화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아빠-아들의 눈물 글썽이는 놀이는 항상 야구공 던지고 받기다. 그 감성을 생각하며 봐야한다. 영화 초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짧게만 설명하고 넘어간 뒤 마지막에야 갑자기 아버지와 재회를 하기에 좀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게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여읜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는데 도움이 됐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최애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의 줄을 이은 관객들의 차량은 촬영지 지역 주민들이 자원해서 자신들의 차를 몰고 나와줘서 촬영이 가능했다. 어차피 예산이 부족해서 생각만 했지 포기하려던 장면이었다. 동네 차 1500 대가 나와서 계속 하이빔을 켰다 껐다 해서 차가 움직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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