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인가 민주노동당에 종북논란이 일었었다. 아마 심상정이 당 내 자주파가 북한에 국내동향 문건을 전달했…

2008년인가 민주노동당에 종북논란이 일었었다. 아마 심상정이 당 내 자주파가 북한에 국내동향 문건을 전달했다고 폭로해서 시작됐던 걸로 기억하고, 아마 진중권도 끼어들어서 민노당 내의 종북세력에 대한 폭로와 공격이 이어졌었다.

그때 참 놀랍고도 의외였던게, 진짜 그런 의혹을 받은 당사자들이 부인을 않는 거였다. 어떻게 동지끼리 이럴 수 있냐, 그게 무슨 기밀 문서냐, 등등의 대응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지만 그 중 일부에게 누가 일종에 "김일성 XXX 해봐" 수준의 테스트를 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북한 비판에 동의하냐는 정도 질문.

난 "웃기고 있네. 내가 진짜 간첩이었어도 저 자리에선 그냥 김일성 XXX 할건데 어떻게 그런 질문으로 정체를 파악하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실제로 거의 묵묵부답. 그때 처음으로 "아… 진보진영에도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사고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하고 느꼈다.

근데 더 큰 깨달음은 아마도 몇년 뒤 한미FTA 반대 때 얻었던 것 같다. 개성공단 생산품 수출도 빠지고, 경계하던 독소조항은 그대로 들어간 한미FTA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야당이던 민주당이 소리쳐봤지만 여당도, 언론도, (그리고 민주당 내의 보수주의자들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서 상황이 막막하기만 할 때, 가장 앞장 서서 투쟁하며 연대했던 건 그렇게 머리에 뿔달리고 세뇌된 간첩종자같았던 민노당/통진당 의원들 뿐이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열기가 다행히 조금 식은 것 같지만 이낙연-이재명 캠프끼리 너무 서로 조만간 분당할 사람들처럼 싸우는 걸 보면서 둘은 노회찬이 말한 한국과 일본 관계일까, 지구인과 외계인 관계일까 궁금했었다.

정치적 성향도 너무 다르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민주당이 온 힘을 모아 싸워야 할 시기, 빠르게는 내년 대선 때는 서로 아쉬울 거다. 정계의 클리쉐일 수 있지만, 덧셈정치가 뺄셈정치보다 숫자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