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리액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나온지 좀 된 영화를 보다가 요즘 감수성에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오…
유튜브에 리액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나온지 좀 된 영화를 보다가 요즘 감수성에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오거나 하면 (영어권)유튜버들이 꽤 버벅댄다. 보통 셋으로 나뉜다. 1. 전혀 이상함을 못느끼고 웃고 넘어간다. 2. 분명 웃기긴 웃긴 장면이기 때문에 웃었다가 기겁을 한다. 3. 정색을 하고 영화 제작자, 감독, 배우, 그 영화를 보고 즐긴 관객들, 모두를 단죄한다. 가끔 영상을 끄고 나는 이걸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며 화를 낼 때도 있다. 1과 2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보는데, 난 3이 가장 웃긴다. 저렇게 정색하는 애들 눈을 보면 뭔가 연기하고 있는 사람 느낌. 말은 분노한 말투지만 눈은 구독자수 급증에 대한 기대나 진정한 두려움으로 가득차있다. 사실 이런 상황의 반 이상은 실제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내용들에서 주로 나오는 소재라는, 상관성을 착각해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백인 배우가 흑인들을 놀리기 위해, 혹은 진심으로 흑인 연기를 하기 위해 얼굴에 검은 칠을 하는 건 분명 나쁜 짓이다. 사람을 외모나 출신 등으로 분류해 외적 특성으로 조롱하는 건 당연히 나쁜 짓인 거고, 할리우드에서 백인 배우들은 흑인 역 뿐 아니라 모든 인종 역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제 업계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강조되는 상황에 백인이 흑인 배역을 맡는 게 도덕적으로도 안 좋은 일이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백인 배우가 얼굴에 흑칠하고 나오는 일은 21세기 들어 거의 없어졌다. 근데 그런 타부를 뚫고 백인 배우 얼굴에 흑인 분장을 하고도 위에 말한 죄를 짓지 않는 방법을 찾아낸 똑똑한 영화가 [트로픽 썬더]다. 설정 자체가 흑인 분장을 하고 흑인 배역을 차지한 백인 배우를 놀리는 내용이다. 문제될 게 없는 건 물론이고 지능적이고 독창적인 발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근데 위에 말한 유튜버들은 흑인분장이 왜 나쁜 건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흑인분장을 하면 사람들이 화낸다는 것만 보고 배웠다. 근데 영화 리액션을 찍다가 흑인분장이 나오니 "지금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화내는 것 밖에 없어. 목숨 걸고 화내!" 이런 생각 밖에 안드는 거다. 우리의 삶을 관장하는 수많은 규칙과 규율을 그냥 따르기만 해도 되는 걸까. 그 의미, 목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뇌는 잠들어있고 소뇌만 남아서 외부 자극에 반응만하며 사는 시체나 마찬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