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July 2024

연기 스타일이라는 것도 계속 변화하는 거겠지만 옛날 영화, 혹은 연극 스타일 연기와 최근 몇십 년의 좀 더…

연기 스타일이라는 것도 계속 변화하는 거겠지만 옛날 영화, 혹은 연극 스타일 연기와 최근 몇십 년의 좀 더 자연스러운 연기 차이가 워낙 커서 옛날 영화는 어색해서 못 보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무대 관객들 전체를 상대로 연기해야 하는 경우 연기 스타일이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옛날 영화들은 감정 표현보다 이야기 진행이 더 중요해서 각 장면에서 슬픈 사람은 확실히 슬프다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기쁜 사람은 확실히 기뻐하는 모습이 화면에 담겨야 한다. 활자로 읽을 때 저자가 말해주지 않는 건 독자가 알 수 없으니 글 속 인물들의 감정 상태 묘사가 좀 더 구체적일 수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의 연기 스타일은 그냥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그 감정을 함께 얼마나 현실적으로 느끼게 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다양한 배역을 하면서도 감정이입을 잘 시키는 배우들이 명배우로 인정받는다. 옛날 영화계를 생각하면 배우가 뜨기 위해서는 어떤 캐릭터를 잡아 성공시켜야 하고, 그게 성공하면 그 캐릭터를 서로 연관 없는 영화들 속에서도 유지했다. 지금의 드웨인 존슨이나 마동석처럼. 험프리 보가트는 항상 험프리 보가트고 지미 스투어트는 어느 영화에서건 항상 지미 스투어트였다. 자신의 캐릭터를 흥미로운 새 영화에 어떻게 잘 버무리느냐가 연기력의 판단 기준이었다. 영화 시작부터 이미 관객들이 익숙한 캐릭터를 알아봐주면 제작진 모두의 고민이 절반으로 줄어들 던 무성영화 시절에 영화 연기 공식이 정립됐기 때문이다. 말을 못하니 표정과 몸짓으로 상황까지 표현해야 했던 시절이다. 자연스런 연기로 대세가 확 기울었던 건 말론 브랜도 때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워터프론트]를 보면 배우들 대부분은 옛날 방식 연기를 하고 있고 말론 브랜도 혼자 2024년에서 타임슬립해 과거로 돌아간 배우처럼 자연스런 연기를 한다. 이 신인 배우의 연기 스타일이 대박나면서 자연스런 연기, 메소드 연기 등이 주류가 되기 시작한다. 물론 말론 브랜도가 혼자 창시한 스타일이 아니고 스타니슬랍스키, 그룹 시에터 등의 토양에서 자라 가장 먼저 찬란하게 주목 받은 꽃이 브랜도였다. 저 두 영화의 감독 엘리아 카잔 자신이 메소드 연기 연구 그룹인 그룹 시에터 출신이다. 관객의 취향이 이쪽으로 완전히 넘어온 상태라 다시 옛날 스타일 연기가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지만… 미래에 연기가 진화할 수 있는 방향 하나는 떠오른다. 이건 연기의 미래라기보다 대중이 영상물을 즐기는 방식의 변화지만… 과거에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방식에서 지금의 이야기 속 인물에 더 감정이입하며 즐기는 쪽으로 발전했고 이제 미래엔 AI 기술 덕에 그 다음 단계인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직접 이야기 방향을 결정하기가 가능해진다. 88선택문고나 컴퓨터 게임 같은 건데, 실제 실사 배우들의 현실적 연기를 보며 제대로 감정이입해서 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것. AI가 순간 순간 다음 장면을 생성해주면 이게 가능하다. 혹시라도 이렇게 생성형 영화나 드라마가 대세가 돼서 100만명의 관객이 있으면 100만개의 서로 다른 결말이 나오는 세상이 되면, 일반 연기하는 배우들의 생태계가 확 줄어든다. 지금이야 이미 유명한 스타파워가 있는 배우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라이센싱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치지만, 그럼 다음 세대 스타 배우들은 어디서 나와야하나… 지금 내 상상력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그럼 그때가면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유명 배우들이 계속 끊임없이 재활용되며 새로운 스타는 더 이상 거의 안 나오고, 나오더라도 신인 배우들은 AI에게 자신의 모습만 빌려주고, 오프라인에서 홍보 활동이 주된 일이 된다. 혹은 반대로 모든 인물이 새로 생성된 독특한 모습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영화배우들 대부분이 서로 다른 영화에서 사실상 같은 캐릭터를 유지하고 미는 게 대세였던 게 아주 옛날 일이듯, 미래에는 지금 영화들에서 같은 배우의 같은 얼굴이 다양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게 아주 구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소설은 이런 제약이 없다. 모든 인물이 다 독특하다. 영상으로 연기로 표현하려면 인간이라는 도구를 써야하고 기능좋은 도구의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계속 재활용되고 있어서 생기는, 어쩌면 20, 21세기의 한시적 기술적 제약일 수도 있다. 이제 모든 영화의 모든 인물이 독특한 얼굴로 생성될 수도 있으니. 그게 되려면 스타파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이야기, 연기, 표현,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AI 기술력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를 소비하는 팬덤 구조가 있기 때문에 쉽게 그렇게 갈지는 모르겠다. 한가지 가능성은 생성형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티모시 샬라메나 고윤정이 아니라 바로 나이기 때문에 꼭 스타파워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소설은 스타파워 없이도 우리의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이 모든 걸 이미 구현한다.

1793년 미국 국무장관 토마스 제퍼슨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세계 학계를 휩쓸던 국제단위계를 미국으로 수입하기…

1793년 미국 국무장관 토마스 제퍼슨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세계 학계를 휩쓸던 국제단위계를 미국으로 수입하기 위해 프랑스로부터 과학자와 킬로그램/미터 등의 기준이 될 모델들을 요청했다. 프랑스에서 출발해 미국을 향하던 프랑스 과학자 죠셉 돔베 Joseph Dombey와 그가 탄 배는 큰 폭풍을 만나 한참 남쪽으로 항로를 벗어났고, 항해가 지체되는 사이 해적을 만나 모두 납치됐다. 돔베를 인질로 프랑스로부터 돈을 뜯어내보려던 해적들의 계획은 돔베가 곧 사망하면서 틀어지고, 국제표준 단위를 도입해보려던 미국의 계획도 돔베가 소중하게 운반하던 모델과 장비들이 해적들에 의해 헐값에 처분되며 한참 미뤄졌다. 세계 유일한 수퍼파워였던 영국제국을 상대로 기적적으로 독립에 성공했지만 그 외에 아무 것도 없던 신생국가 미국은 간신히 살아남느라 바빠 국제표준화에 충분히 신경 쓸 수가 없었고 결국 미국은 파운드, 인치, 피트, 등등 세계에서 몇 안되는 독자적 단위를 유지하는 나라가 됐다. 심지어 인쇄용 종이도 A4가 아니라 A4보다 살짝 작은 Letter size 라는 규격을 쓴다.

2011년에 은행 등 다양한 사업체들의 야쿠자 멤버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면서 일본 야쿠자는 급속…

2011년에 은행 등 다양한 사업체들의 야쿠자 멤버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면서 일본 야쿠자는 급속도로 말라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대신 사기부터 폭행 납치 살해까지 이런 저런 범죄 수요는 여전히 있기 때문에 그 시장에서는 인터넷에 뜬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그때 그때 범죄에 가담하는 야미 바이토(闇バイト어둠의 알바)라는 게 뜨기 시작. 그건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범죄자라는 인식 없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일반인인데 돈이 필요할 때만 잠깐 나쁜 알바를 뛴다는 느낌으로 하는 일이라 한다. 그게 요즘은 토쿠류-(匿流익류, 익명적이고 유동적)라는 모습으로 변해서 아예 전문적으로 범죄만 하긴 하는데, 단체에 소속되면 저 법에 걸리므로 개인별로 행동한다. 그래서 일감은 그때 그때 구인공고 보고 가서 받아서 시행한다. 야미 바이토에 비하면 범죄 강도가 세진다. 조직적인 은행강도 등등… 당일 만나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도 많은 경우 그날 처음보는 사람들이다. 기획하고 돈주는 진짜 두목들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고, 해외에서 이런 저런 다른 범죄로 감옥에 있으면서도 온라인으로 이런 범죄를 지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잡혀도 누가 주범인지 알 수도 없고, 워낙 빠르게 사람이 모아지고 집행되고 사라지니 추적도 힘들고… 반면 이미 꾸려진 팀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많은 경우 죄다 초범이거나 능숙도, 훈련도, 팀워크, 충성도가 0에 가깝고 주범이 현장 지휘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모든 게 허술해서 실패율도 높다는 단점도 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노동이 외주화 되다가 모든 노동자가 자영업자 택배를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그것보다 훨씬 병든 구조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일본이 국가주의적으로 수요를 무시하고 야쿠자라는 범죄 공급을 막아버리니 대중이 자본주의적으로, 그중에서도 지극히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은 경우라고 봐야하나.

1810년에 켄터키에서 가장 부유한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난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Cassius Marce…

1810년에 켄터키에서 가장 부유한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난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Cassius Marcellus Clay는 유산을 물려받자마자 노예들을 모두 해방시키고 재산까지 챙겨줬다. 20대에 이미 정치인으로서 주 하원에서 3선 의원을 했으나 노예제도 반대 입장 때문에 강한 친-노예제 주였던 켄터키에서는 당선이 힘들어졌다. 출마 대신 전국에 노예제에 반대하는 강연을 하고 다녔다. 강연의 끝맺음에는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 단상에 놓으며 "하나님의 율법을 따르는 자에게는 여기 이 책을 노예 제도에 대한 반박으로 제시합니다," 미국 헌법을 꺼내 놓으며 "인간의 법을 따르는 자에게는 이 책을 제시합니다. 하나님의 법도, 인간의 법도 따르지 않는 자에게는 이 증거를 제시합니다."라고 하며 쌍권총을 꺼내 단상에 내려놨다고 한다. 사실상 지역마다 돌아다니며 노예제 옹호론자들에게 도발을 하고 다녔다고 봐야한다. 곧 수많은 결투 신청을 받았다. 모두 이겼고 많은 노예제 옹호자들을 사살했다. 캐시어스 클레이가 가장 좋아한 무기는 부이 나이프 bowie knife라고 불리는 전투용 단도였다. 암살 시도도 여러 번 있었는데, 매번 총격에도 죽지 않고 살아났을 뿐 아니라 거의 항상 그 자리에서 바로 반격해 수많은 암살자를 칼로 난자해 죽였다. 이 폭력적 성향은 92세에 자연사 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렇다고 그냥 평생 폭력으로만 가득찬 삶을 살았느냐… 애이브라함 링컨과 친구였던 클레이는 링컨의 부통령 후보로도 고려됐었으나 상기한 피묻은 삶 때문에 대신 주러 대사로 임명됐다. 대사로 있는 동안 남북전쟁이 벌어졌고, 전투에 참전하지 못해 억울했던 클레이는 대신 러시아로 하여금 북부를 지지하게 설득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가 영국과 프랑스를 위협해 남부를 지지하지 못하게까지 만들어 사실상 북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뿐만 아니라 훗날 러시아의 알라스카 매각도 유도해냈다. 1861년 남북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이미 러시아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낸 클레이를 계속 대사로 허비할 수 없던 링컨은 클레이를 육군 소장 계급을 주며 지휘관으로 데려오려 했으나 클레이는 남부의 노예들을 모두 해방하기 전에는 받지 않겠다고 고집했고, 링컨은 원래 나중에 전쟁 후에나 하려던 노예 해방 선언을 어쩔 수 없이 전쟁 초중반에 하게 된다. 대략 여기까지가 캐시어스 클레이의 삶에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었고, 평생의 목표였던 노예 해방을 이미 달성해버린 이후의 약 40년 간의 인생은 좀 방향없는 좌충우돌로 점철된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말썽을 부리지만 대의가 사라져 그냥 모두의 골치거리가 됐고, 1903년, 92세에 사망했다. 캐시어스 클레이의 사촌 헨리 클레이도 유력 대선 후보였을 만큼 유명한 정치인이었는데, 헨리의 노예들도 클레이라는 성씨를 받았다. 그 후손 중 하나인 허먼 히튼 클레이는 노예해방가 캐시어스 클레이를 기념하기 위해 1912년에 태어난 아들 이름을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라고 지었고, 1942년에 태어난 손자 이름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라고 지었다. 이 손자는 나중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며 이름을 무하마드 알리로 바꾸고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가 된다.

– 마이클 잭슨의 1983년 히트곡 [스릴러] 도입부 나레이션을 맡은 호러 영화 단골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는…

– 마이클 잭슨의 1983년 히트곡 [스릴러] 도입부 나레이션을 맡은 호러 영화 단골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는 음원 수입 지분과 약 3000만원의 현금 중 현금을 선택. 지분을 택했으면 아마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 – 1978년 대작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목소리를 맡은 제임스 얼 존스도 영화 수익 지분 대신 약 천 만원을 선택. – 1976년에 잡스와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한 론 웨인은 갖고 있던 애플 주식 10%를 얼마 안 가 $800에 팔고 빠짐. 갖고 있었으면 지금 최소 400조원. 아마 세계 최고 갑부. – 생각해보니 나도 인생 어느 시점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보다 1000배 더 크게 성공했거나 1000배 더 거지가 됐을 수 있으니… 그냥 각자 그 시점에 최선의 선택을 하는 수 밖에. 놓친 기회를 후회하는 건 바보짓. 그냥 잊고 다음 번에 제대로 선택하는 게 평생 후회만 하는 것 보다 생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