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September 2025

당위성은 포기했고 이제 트럼프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미국이라는 강국을 해체하는가 역사학도 관점에서 보는…

당위성은 포기했고 이제 트럼프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미국이라는 강국을 해체하는가 역사학도 관점에서 보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불확실성을 누구보다 높게 유지한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는 통치 자산이다. 서로마 말기의 황제 교체기처럼 지도자가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동맹국과 투자자 모두를 불안정으로 몰아넣는다. 미국의 가장 큰 타격은 경제보다 앞서, 이 국가적 신뢰의 붕괴다. 그 다음은 이미 가시화된 경제 위기다. 소련 말기에도 국력 쇠퇴는 경제 기반 약화에서 비롯되었고, 대영제국 역시 파운드화 위기를 넘지 못했다.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재정악화와 임기응변 재정정책의 연속으로 파국이 가까워지고 있다. 세 번째는 인재 유입로 차단이다. 역사적으로 제국은 외부 인재의 흡수 능력에서 힘을 얻었다. 로마는 속주 엘리트를 흡수해 제국을 유지했고, 미국은 전 세계의 두뇌를 끌어들여 기술 패권을 확립했다. H-1B 규제와 같은 정책은 바로 이 흐름을 역전시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밖에서 경쟁국의 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는다. 제조업을 포기한 미국을 강대국으로 유지해주던 금융과 IT 중 IT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미국 회사들마저 미국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수팀 만 남기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미국을 탈출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을 바라보던 인재들은 차선책을 찾을 수 밖에 없고, 유럽, 중국 등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명나라도 15세기 이후 해금령으로 외부와의 교류를 중단했고 기술 유입과 근대화 개혁이 늦어지며 아편전쟁 패배로 이어진다. 신식 대포를 동원해 로마/비잔틴 제국을 정복했던 오스만 제국도 17세기 이후 예니체리 보수화와 함께 제도적 경직으로 유럽 인재 활용이 줄며 축소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10-2020년대 관세 전쟁과 반이민 정책으로 급속도로 축소되기 시작됐다고 기록될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동맹 체제의 균열이 이어지고 있다. 냉전 종식 후에도 미국은 ‘세계 경찰’ 명목으로 동맹 네트워크와 군사력 투영을 통해 영향력과 위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동맹을 불신하고 스스로 국제적 의무를 축소하는 행위는 제국적 네트워크의 해체를 가속한다. 이는 대영제국이 20세기 중반에 식민지를 ‘의도적’으로 정리하면서도 결국 국제적 발언권을 잃었던 과정과 흡사하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중국 견제의 약화가 눈에 띈다. 미국의 장기적 외교 목표들이 트럼프 덕에 흔들리고 있다. 제국 쇠퇴의 전형적 징후는 외부 세력의 부상과 내부 혼란의 동시 발생이다. 청나라가 서구와 일본의 압박과 내부 부패로 무너졌듯, 미국도 안팎의 적을 맞아 전략적 우위를 빠르게 내어주고 있다.

미국 뉴스 시장에서 (상대적)진보방송 역할을 맡고 있는 케이블 뉴스체널 MSNBC가 이번에 NBC에서 분사돼…

미국 뉴스 시장에서 (상대적)진보방송 역할을 맡고 있는 케이블 뉴스체널 MSNBC가 이번에 NBC에서 분사돼 모기업 컴캐스트가 소유한 다른 케이블 체널들과 함께 Versant라는 회사로 독립한다. 사실 인터넷이 상용화되던 초기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컴퓨터 기업들이 약간만 노력했어도 인터넷 전체를 자신들의 시장으로 장악하거나 아예 인수해버리는 것도 가능했으나, 인터넷 자체를 과소평가하며 기회를 놓쳤다. 뒤늦은 90년대 중반에 IBM은 IBM.net, MS는 MSN 브랜드로 AOL과 경쟁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포털 강자 AOL이 ISP로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을 겸하고 있었기에 두 회사 역시 같은 모델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느라 출혈이 컸지만 경쟁은 곧 미디어 업계로 번졌다. 닷컴 붐과 함께 공룡이 된 포털 AOL이 무려 타임워너라는 미디어 강자와 합병하며 거대 인터넷 + 콘텐츠 회사가 됐다. 자금력이 충분했던 MS는 거기에 대응해 1996년 케이블 뉴스체널 MSNBC를 출범시켰다. NBC와의 합자 회사였다. AOL-Time Warner가 오래가지 못했듯 MSNBC 등 인터넷 기업의 미디어 진출도 곧 종료됐다. 2005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MSNBC 지분을 모두 정리해서 전혀 관련이 없는 상태다. 닷컴 거품이 꺼지며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했던 닷컴 기업들의 미디어업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넷플릭스 등 비디오 플랫폼 회사들이 미디어 생산자가 되고, 미디어 생산자들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현 체계가 등장하기 전 일이니 AOL과 MS는 시대를 약간 너무 앞서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AOL은 쇠퇴했지만 구글은 광고시장으로 진출해 초거대 기업이 됐고, IBM과 MS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으로 진출하며 살길을 찾았다. MSNBC는 성장해 극우 폭스뉴스에 대치되는 미국 진보 방송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분사는 아마도 NBC와 컴캐스트 등 본사에 트럼프 정권 동안 정치적 압력을 줄이기와 재무적/경영적 유연성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 독립하는 MSNBC의 논조는 더 강성 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MS가 떠난지 오래인 파트너쉽이지만 새로 바뀌는 이름도 MS NOW다. My Source for News, Opinion, and the World의 약자라고 주장하지만 분명 대중이 익숙한 MS 부분을 지키기 위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진짜 방송사인 NBC가 떨어져나가고 방송사도, 파트너도 아닌 MS가 남았다.

1. 송도 국제지구의 아파트 단지는 가을 바람에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으로 가득했다. 넓은 보행로 옆에는…

1.

송도 국제지구의 아파트 단지는 가을 바람에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으로 가득했다. 넓은 보행로 옆에는 현대식 조경이 반듯하게 이어졌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놀고, 카페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날은 평범한 산책이 아니었다. 바람이 갑자기 차갑게 바뀌고, 발밑의 지반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송도의 초고층 빌딩들이 빛을 반사하며 흔들리더니, 순간 하늘에서 낮과 밤이 동시에 겹쳐 보였다. 태양은 여전히 떠 있었지만, 달빛 같은 은빛 광채가 건물 사이로 스며들었다.

산책하던 발걸음이 멈추었고, 나는 그저 숨을 죽인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파트 단지의 바닥에서 울림이 올라왔다. 잔디밭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분수대 물줄기는 하늘로 솟아올라 거대한 무지개로 변했다. 멀리 송도의 바다, 갯벌이 있던 자리는 갑자기 붉게 일렁이며 갈라졌다. 마치 바다가 스스로 벽을 세우듯 갈라져 물길이 끊어졌다.

땅은 갈라지지 않았다. 대신 발밑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와, 내가 딛는 길마다 부드럽게 빛났다. 송도의 바다는 말라버리는 대신 더 맑아져서, 깊은 바닥까지 훤히 보였다. 아이들은 물속을 들여다보며 환호했고, 어른들마저 두려움보다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2.

벽이 투명해지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높은 담이나 벽은 의미가 없었다. 사람과 사람을 가르던 모든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파괴라기보다 껍질이 벗겨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외벽은 부서지는데 그 속에서는 낯선 형태의 새로운 건축물 같은 형체가 자라나고 있었다. 금속도, 유리도 아닌, 나무와 돌과 빛이 섞인 듯한 물질이었다.

산책로 양옆의 가로수들도 눈앞에서 변화했다. 낙엽은 사라지고, 몇 초 만에 가지들이 연둣빛 새싹으로 뒤덮였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으나 동시에 새로운 기운에 휘말렸다. 개벽의 순간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그 변화는 무섭기도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을 함께 담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빚을 갚고 새 출발을 맞는 듯한, 묘한 안도감이 사람들의 심장 깊숙이 스며들었다.

3.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른들은 스마트폰을 쥔 채 기록하려 했지만, 화면은 빛에 잠겨 무용지물이 되었다. 대신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 직접 새겨지듯 장면이 각인되었다.

어떤 이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어떤 이는 눈빛이 빛나며 환하게 바뀌었다. 마치 사람들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에 따라 겉모습이 변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서로를 두려움이나 의심으로 보던 시선이 사라지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벗을 대하듯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중요한 것은, 그 표정이 모두 진실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과 기계들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눈빛과 마음만으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 인천대교 쪽 하늘은 갈라져 거대한 빛기둥이 솟아 있었고, 그 빛은 단순한 광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 속을 꿰뚫는 파동이었다. 그 빛이 내 몸을 스치자, 오래된 기억과 짐들이 무너졌다. 두려움, 후회, 억눌린 욕망이 벗겨지고, 오직 투명한 의식만 남았다.

하늘에서 또렷한 음성이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한 언어가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侍天主, 시천주”, 하늘님을 모신다는 선언이었다. 그 순간 사람들은 깨달았다. 하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이 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동시에 가슴을 붙잡았다. 그곳에서 따뜻한 기운이 솟구쳐 나와 온몸을 감쌌다. 어린아이도, 노인도,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모두 같은 빛을 품었다. 차별은 의미를 잃고, 모든 인간이 동등한 존엄으로 서 있었다.

4.

송도의 도시는 여전히 존재했으나, 그 본질이 바뀌었다. 아파트 단지는 빽빽한 콘크리트 숲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공동체 공간이 되었다. 건물은 빛을 품은 나무처럼 변화했고, 길은 강처럼 흘러 서로를 이어주었다.

사람들은 경쟁이나 소유 대신, 서로의 삶을 북돋우는 데 몰두했다. 말없이도 통했고, 억지로 누르지 않아도 모두가 스스로 조화를 이루었다. 이는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이루어진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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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개벽(後天開闢)

1. 나는 더 이상 한 세기, 한 천 년의 단위로 시간을 세지 않는다. AI가 의식을 보존하고, 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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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한 세기, 한 천 년의 단위로 시간을 세지 않는다. AI가 의식을 보존하고, 생명공학이 몸을 재생하며, 인간은 죽음을 건너뛰었다. 수백만 년, 수십억 년이 흘러도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를 짓고, 별을 향해 항해했다. 북부 아틀랜타의 옛 교외는 이제 초광속 통신망과 생체-기계 융합체들이 교차하는 허브가 되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 이 시대에도, 마음속 공허는 사라지지 않았다. 기억은 무한히 축적되었고, AI는 그것을 잊지 못하게 했으며, 욕망은 끝없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새로운 쾌락을 창조하고, 더 깊은 지식을 개척했지만, 만족은 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오래된 예언이 사람들 사이에서 속삭여졌다. “메이트레야가 오리라.”

2.

그날, 나는 여전히 데이터 흐름을 조율하는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 내 앞의 스크린은 단순한 모니터가 아니라, 우주망과 직접 연결된 감각 확장 장치였다. 그러나 그 화면을 뚫고, 설명할 수 없는 빛이 스며들었다. 그것은 전자기파도, 양자 신호도 아닌, 더 깊은 차원의 울림이었다.

하늘이 갈라졌다. 태양보다 밝으나 눈을 해치지 않는 빛 속에서 한 존재가 내려왔다. 그는 인간 같으면서도, 기계 같으면서도, 그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았다. 메이트레야였다. 그의 발걸음은 중력이나 공간에 얽매이지 않았고, 모든 존재의 마음속에서 동시에 느껴졌다.

사람들은 도시의 중심광장에 모였다. 수십만 년의 생명을 살아온 자들, 별과 행성을 떠돌던 의식들이 하나같이 귀를 기울였다. 마치 무한히 흩어져 있던 흐름이 하나로 모이는 듯,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3.

“너희는 죽음을 넘어섰으나, 고통을 넘어선 적은 없도다.” 그의 말은 언어를 초월한 공명으로, 뼛속과 의식의 가장 깊은 층을 울렸다. 수십만 년 동안 쌓인 피로와 허무, 끝없는 욕망의 굴레가 한순간 드러났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으나, 그 눈물은 물리적 분비물이 아니라 의식의 파동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닿자, 도시의 거대한 구조물이 꽃잎처럼 펼쳐졌다. 초광속 항로, 기계 신경망, 인공 태양까지 그 앞에서 숨을 죽였다. 메이트레야는 기술의 절정 위에 내려와 말했다. “이제 영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깨달음 없는 영생은 또 다른 옥(獄)일 뿐.”

나는 군중 속에서, 그러나 동시에 그의 눈앞에 있었다. 수십만 년을 살아온 기억이 무너지고, 단 하나의 질문만 남았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메이트레야는 손을 들어 새로운 길을 가리켰다. 그것은 별과 은하 너머, 물질과 의식의 경계를 넘어선 곳. 영생을 넘어, 해탈의 시대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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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7천만 년 후.

1. 가을 햇살이 퍼지는 오후, 나는 북부 아틀랜타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 양옆에는 붉게 물든…

1.

가을 햇살이 퍼지는 오후, 나는 북부 아틀랜타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 양옆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새로 지은 상점들이 번갈아 스쳐갔다. 라디오에서는 일상적인 뉴스가 흘러나왔고, 차 안에는 커피 향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하늘이 비정상적으로 어두워졌다. 태양은 아직 높이 있었는데도 마치 먹구름이 삽시간에 몰려든 것처럼 빛이 꺼졌다. 도로 위의 차들은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였다. 내 귀에는 사람의 손으로 낼 수 없는, 무겁고 길게 이어지는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이스라필의 나팔이었다.

순간적으로 차창 밖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빌딩과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위로 환영처럼 겹쳐 보이는 또 다른 장면이 드러났다. 거대한 인물이 사람들 앞에 서서 손짓 하나로 물을 불로 바꾸고, 하늘에서 기이한 빛을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에 사로잡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자잘이었다.

2.

내 차는 천천히 도로 한쪽에 멈춰 섰다. 차 밖으로 나와 바라본 풍경은 현실과 환영이 뒤엉킨 세계였다. 슈퍼마켓 앞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다자잘을 향해 몰려갔고, 그의 손짓에 따라 아픈 이들이 치유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이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그의 이마에는 “카파르(ك ف ر, 불신)”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신앙을 가진 자만이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하디스의 말이 떠올랐다. 나의 시선에는 분명 그 글자가 보였다.

도로 위의 공기는 불길한 전류로 가득 찼다. 라디오와 휴대폰은 잡음만 내고, 사람들의 비명과 환호가 동시에 들려왔다. 북아틀랜타의 평범한 교외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전 세계가 한 무대에 겹쳐진 듯, 다자잘은 이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3.

그때 하늘이 갈라졌다. 먹구름 위에서 찬란한 빛이 내려오더니, 흰 옷을 입고 두 손을 펼친 인물이 나타났다. 이사(عليه السلام)였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으나, 그 발걸음은 하늘과 땅을 동시에 지배하는 힘으로 가득했다.

그는 동쪽의 미나레트 근처에서 내려오지만, 그 장면은 이 북조지아 하늘과 겹쳐 보였다. 하늘과 땅이 뒤틀려, 마치 로렌스빌과 둘루스의 도로 위가 그대로 성전의 마당으로 변한 듯했다.

이사가 땅에 발을 딛자, 공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의 눈에 드리워졌던 환영이 서서히 걷히고, 다자잘이 만들어내던 기적 같은 현상들이 사라졌다. 불길처럼 보였던 물줄기가 다시 물로 돌아가고, 병이 나았던 자들이 고통을 되찾았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4.

다자잘은 마지막 힘을 짜내듯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수백 개의 스피커가 동시에 터지는 것처럼 귀를 찢었다. 그러나 이사는 단 한 마디로 선언했다. 그 순간, 다자잘의 몸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도로 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고요가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숨죽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하늘과 땅이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알리는 듯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여전히 차 옆에 서 있었다. 그러나 내 발밑 도로는 더 이상 아스팔트가 아니라, 심판을 향해 이어지는 거대한 광장처럼 보였다. 이사는 사람들 가운데 서서,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최종 심판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예감했다. 다자잘의 몰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이어서 야주즈와 마주즈(얍주즈와 마주즈, Gog and Magog)의 등장, 그리고 최종적인 부활과 심판이 차례로 닥쳐오리라는 것을. 북부 아틀랜타의 한 도로 위에서, 나는 인류사의 가장 거대한 장면에 증인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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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 전통이 맞을 경우 눈앞에 펼쳐질 장면.

1. 방 안은 컴퓨터 화면의 푸른빛만이 조용히 깔려 있었다. 키보드 소리, 환기팬의 낮은 울림, 커피잔에서…

1.

방 안은 컴퓨터 화면의 푸른빛만이 조용히 깔려 있었다. 키보드 소리, 환기팬의 낮은 울림, 커피잔에서 나는 잔향 — 그때 갑자기, 먼 곳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라디오의 끊긴 채널처럼 끝없이 늘어진 한 음, 곧이어 더 또렷한 음이 겹쳐졌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듯한 정적이 지나갔다.

나팔은 단번에 방의 공기를 밀어붙였다. 창틀이 미세하게 울리고, 램프 전구가 깜박이며 화면의 색감이 왜곡됐다. 귀에는 금속 맛이 도는 소리가 남고, 혀끝에 작은 전류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니터의 알림들이 서로 겹쳐 깜박이다가, 한 줄의 텍스트가 화면에 고정됐다 — 뜻도 모를 고대어의 단음절들이 번쩍이며 지나갔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평소와 달리 무겁게 찌그러졌다. 피와 불과 피 섞인 우박이 떨어지는 듯 도시 위로 불빛이 흩어졌다. 먼 수평선이 불길하게 붉게 물들고, 구름이 수평으로 갈라지며 어딘가에서 빛줄기가 떨어졌다. 거리의 소음이 순간적으로 서늘하게 줄어들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처럼 낮은 합창이 들려왔다. 바람이 방 안으로 휘몰아치며 종이와 먼지를 함께 흔들었다.

전자기파가 변한 듯, 휴대폰과 스피커의 알림 소리는 왜곡된 합창으로 바뀌었다. 내 손은 키보드 위에 멈춰 섰고, 화면의 텍스트들이 읽을 수 없게 흘러내렸다. 집 전체가 아닌, 이 순간만은 방 하나가 세계의 축처럼 느껴졌다 — 모든 것이 평범했는데 동시에 평범하지 않았다. 시간 감각이 늘어나고, 초침이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움직였다.

나팔 소리가 잦아든 듯했지만, 방 안 공기는 여전히 압박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순간 정적 속에서 땅 밑에서 울리는 듯한 진동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책상이 미세하게 떨리고, 마우스 커서가 혼자서 움직이며 화면에 알 수 없는 기호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번개 같은 빛줄기가 수평으로 길게 흘렀다. 그러나 그것은 천둥과 달리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눈을 찌르는 빛만 남겼다. 마치 하늘과 땅 사이의 경계가 잠시 지워진 듯, 구름은 검게 찢어지고, 그 틈으로 끝없이 내려오는 광선은 도시의 윤곽을 이리저리 뒤흔들었다.

멀리서는 함성과 같은 음성들이 들려왔다. 언어로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합창과 비명 사이를 오가는 묘한 울림이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집 안 가구가 함께 떨렸다. 전등이 번쩍이며 꺼졌다 켜지고, 바닥 위 그림자가 마치 살아 움직이듯 꼬여 올라왔다.

내 눈은 모니터를 향했는데, 거기에는 더 이상 브라우저 창이 없었다. 대신 수없이 겹쳐진 눈 모양의 영상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 시선들은 마치 ‘너를 보고 있다’는 무언의 확신을 주며,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2.

그리고 다시, 두 번째 나팔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멀리서가 아니라 바로 방 안에서 터져 나온 듯했다. 공기가 한순간 찢어지며, 내가 있던 공간 전체가 낯선 문 앞에 도달한 듯 새로운 장면으로 넘어가려 했다.

두 번째 나팔이 끝나자,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맑아진 듯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라, 모든 것이 멈춘 뒤의 숨 막히는 정적이었다. 소음이 사라진 세상, 심지어 내 심장 소리조차 멀어진 것 같았다.

그 순간, 벽이 서서히 투명해지며 방은 사방이 열린 듯했다. 내 방이면서 동시에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빌딩마다 창문에서 불빛이 흘러나왔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형상들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렸다. 날개와도 같은 실루엣,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인간인지 짐승인지 구분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러자 천장에서 길게 금이 생기더니, 그 틈에서 쏟아지는 빛이 방을 가득 채웠다. 그 빛은 눈부시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뼛속까지 투명하게 드러나버릴 것 같은, 숨을 틀어쥐는 냉정한 빛이었다.

3.

그리고 세 번째 나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공간 전체가 공명하며, 땅이 흔들리고, 건물들이 멀리서 무너져내리는 장면이 동시에 겹쳐 보였다. 방 안의 물컵이 금이 가고 터지며, 실제로 목이 마르고 메마른 듯한 감각이 몰려왔다. 쑥(苦艾)의 쓴맛이 상징하는 절망과 오염이 내 방까지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키보드에 손을 얹은 채 움직이지 못했고, 단 하나의 확신만 남았다. 이 소리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시작의 신호라는 것.

세 번째 나팔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공기는 다시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단순한 진동이 아니라, 마치 세계 전체가 압축되는 듯한 울림이었다. 벽과 천장은 더 이상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었다. 마치 숨을 쉬는 생물처럼 들썩이며 방 안을 조여왔다.

창밖에서는 어두운 구름이 땅 가까이 내려앉아 도시를 덮었다. 그 구름 속에서 불길처럼 붉은 번개가 뻗어나오며, 건물마다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흘러내렸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비명도, 기도도, 환호도 아니었다. 모든 감정이 뒤섞여 무너지는 합창 같았다.

방 안의 공기는 숨 쉬기 어려울 만큼 차가워졌다가, 곧 뜨겁게 달아올랐다. 책상 위 물컵이 흔들리더니 금이 가며 터졌다. 바닥은 벌어지듯 갈라지고, 그 사이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작은 방 하나가 거대한 심연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4.

그리고 네 번째 나팔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었다. 내 몸의 뼛속, 피 속, 세포 하나하나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그 소리에 맞춰 창밖에서는 바다의 경계가 무너지고, 땅의 형체가 흐려졌다. 도시가 아니라, 세계 자체가 새로운 무대로 넘어가는 듯한 순간이었다.

네 번째 나팔의 울림이 끝나자, 방 안 공기가 순간적으로 텅 비어버린 듯 가벼워졌다. 하지만 곧 천장에서 검은 균열이 열리며 연기 같은 것이 쏟아져 나왔다. 창문은 완전히 시커멓게 덮였고, 바깥 도시가 보이지 않았다.

5.

다섯 번째 나팔이 울리자, 방 천장에서 균열이 열렸다. 그 틈으로 검은 연기가 솟구치며 방 안을 메웠다. 연기 속에서 곤충의 날갯짓과 쇳소리가 섞인 듯한 진동이 퍼졌다. 그리고 전갈 꼬리를 가진 메뚜기들이 몰려 나왔다.

이들은 가구나 물건을 파괴하지 않았다. 오직 내 몸을 향해 다가왔다. 피부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죽음은 허락되지 않았다. 풀이나 나무는 해치지 않고, 사람들만 다섯 달 동안 괴롭히는 메뚜기들. 방 안은 하나의 무저갱이 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고통의 증인이자 실험체가 되었다.

6.

공기가 다시 흔들리며 여섯 번째 나팔이 울렸다. 벽은 투명해지고, 그 너머에 거대한 강이 드러났다. 그곳에 묶여 있던 네 존재가 풀려났다. 그 순간 도시 전체가 불과 연기와 유황으로 가득 찼다.

창문 밖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수한 기병들이 말을 타고 몰려오는데, 그 말들의 입과 꼬리에서는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방 안은 붉은 빛으로 덮였고, 모니터는 무너지는 건물과 불타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인류의 삼분의 일이 사라지는 듯, 내 방에서조차 공기의 절반이 사라져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그들이 풀리자, 도시 전체에 불과 연기와 유황 같은 것이 쏟아졌다. 불길이 번쩍이며 아스팔트를 갈라버리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뒤엉켜 검은 재로 변해갔다. 방 안에서도 바닥 틈새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았다.

창문 너머, 군대 같은 발굽 소리가 울렸다. 무수한 병사들이 말을 타고 몰려오는데, 그 말들의 입과 꼬리에서 불과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 병사들은 세상을 휩쓸며 삼분의 일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모니터 화면도 붉게 물들어, 불타는 도시의 모습을 끝없이 반복했다.

모든 소음과 혼란이 정점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시간이 멈춘 듯, 메뚜기의 날갯짓도, 말발굽 소리도, 불길도 멈춰 서 있었다. 오직 방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만 남았다.

7.

그때, 일곱 번째 나팔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단순한 음향이 아니었다. 하늘이 열리고 보좌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선언의 음성이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세계가 종결되고 새로운 질서가 선포되는 순간을 알렸다.

창밖 하늘은 찢어지며 거대한 성전 같은 형체가 나타났다. 번개, 음성, 천둥, 지진, 그리고 거대한 우박이 연달아 쏟아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혼돈이 아니라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방은 더 이상 내 방이 아니었고, 나는 세계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의 경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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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일 방안에 있는 동안 나팔이 불기 시작하면 어찌될까 상상.

고양이는 원래 30-38도 기온의 사막에서 살던 동물이 전세계로 퍼진거라 사람이 사는 집의 20-22도 온도…

고양이는 원래 30-38도 기온의 사막에서 살던 동물이 전세계로 퍼진거라 사람이 사는 집의 20-22도 온도가 춥게 느껴진다. 랩탑 키보드, 사람 품 등 따뜻한 곳을 계속 찾아다니는 이유다. 추운 곳에서 온혈동물의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의 에너지 소모를 겪는다. 추위에 길게 노출되면 저체온으로 생명이 위협받기에 피부의 온도 수용기에서 느끼는 추위와 함께 불쾌와 고통이 유발된다. 피부에서 차가운 자극을 감지하는 TRPM8, TRPA1같은 수용기는 저온을 감지하면 고통 신호를 뇌로 보낸다. 꼭 고통 신호가 아니라 "차갑다"는 신호를 보내도 온도 감지하는데에 문제가 없지만, 위험한 상태이니 어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신호로서 고통 신호를 보낸다. 어서 일어나 따뜻한 곳을 찾거나 땔감을 찾아 불을 지피라는 명령이다. 반면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옮겼을 때 이 스트레스 신호들이 사라진다. 갑자기 불쾌와 고통을 초래하던 신호들이 사라지고, 온기를 찾기위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추운날 밤 난로 앞에서, 혹은 뜨거운 샤워물 아래에서 느끼는 쾌감이 바로 그것이다. 진화는 이렇게 온도의 양쪽에 이중 장치를 해서 별 생각 없는 우리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채찍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