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권

우크라이나전의 양상은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난 아직 불만이 있다. 우크라이나전 초기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가 약소국이므로 지켜줘야한다고 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혀 말이 안되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데 북한이 약소국이니 북한편 들건가.

독립국가의 주권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좋은 얘기다. 이런 전제를 깔고 있다. 모든 국가는 자주권이 있고 자국 영토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건 반러 국가가 되건 그럴 권리가 있고 러시아가 그걸 막을 권한이 없다는 거다.

난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게 나토 가입할 권리가 없다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막을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이런 자주권 같은 건 우리 마음 속에 개념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현실에서 모든 국가는 주변국과 균형을 이룬다. 적대국가건 우호국가건 서로 힘과 영향력의 균형을 찾는다. 그 균형이 깨지면 전쟁이 난다. 국가간 규칙이란 사실 이게 다다. 대한민국은 자주권이 있는 주권국가지만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이 화를 내고 보복한다. 우리의 사드가 중국의 안보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국도, 보복 당할 걸 뻔히 알고서, 댓가를 무릅쓰고 배치했다. 중국 안보 교란이 바로 우리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우리 모두가 화를 낸다. 자주국가건 뭐건 그런 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쿠바가 소련 핵미사일을 배치하면 겨우 몇십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미국이 굉장히 화를 낸다. 쿠바를 미 해군으로 둘러싸고 아주 폭파해버릴려고 했다. 쿠바는 자주권이 없는 나라였나? 그럼 우린 미국에 대항해 쿠바를 지원해야하나?

현실에서 모든 국가는 주변국과 균형을 이룬다. 이건 작은 국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소련, 미국과 중국, 중국과 러시아도 서로 균형을 유지한다. 끊임없이 더 팽창하기 위해 시도하지만 깜박이도 안켜고 찌르지는 않는다. 전쟁이 나기 때문이다. 왜 우크라이나에게만 모스크바에서 평지 고속도로로 겨우 몇시간 떨어진 수천킬로 국경에 러시아에 적대적인 나토 세력을 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걸까. 왜 우크라이나만 그런 권리를 갖지? 쿠바도 없었고, 대한민국도 없고, 미국도, 소련도, 중국도, 강대국이라도 그런 권리는 갖지 못한다.

모든 국가가 하는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안보를 완전히 허무는 결정을 하며 어떤 댓가를 치룰 준비가 돼 있었던건가. 뭐가 됐건 난 동의하지 않는다. 젤렌스키와 미국이 저 결정을 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저 전쟁에 빠졌고 학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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