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유난히 신흥종교가 많다. 기본적으로 500년 넘게 카톨릭 국가였으니 신흥 이단 세력이 생기면 바로…

필리핀은 유난히 신흥종교가 많다. 기본적으로 500년 넘게 카톨릭 국가였으니 신흥 이단 세력이 생기면 바로 응징해서 없앨 것 같은데 의외로 신흥종교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나라다. 스페인 식민지에서 흔히 그렇듯 현지 토착 종교와 결합한 부류도 나타난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무속에 해당하고 미국대륙의 부두에 해당하는 espiritismo가 있다. 동물 제물바치기, 주문, 부적, 저주, 등등 다 있다. 힘든 현실을 조금이나마 견딜만하게 해주는 게 종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필리핀에서는 일반인들도 평소에는 성당에 다니다가 정말 힘든 일이나 큰 병이 생기면 더 영력이 쎈 무당에게 조용히 찾아가는 식이다. 무속의 영향이 세지 않더라도 원래 교리보다는 "예수", "성모", "성인"에 대한 기복신앙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 그런지 교주에 대한 개인숭배에도 큰 거부감이 없다. (근데 의외로 교황에 대한 숭배는 별로 인기 없는 듯) 그 중엔 교주숭배 외에는 기존 개신교와 큰 차이를 찾기 힘든 종파들도 많고, "그리스도의 교회Iglesia ni Cristo" 같은 신흥종교는 이제 교인이 천만 명을 넘기고 너무 커져서 이단을 넘어 새로운 기독교 종파로 인정되는 분위기. 기독교 바탕 필리핀 신흥종교의 또 하나 특성은 교주들이 각각 종교방송 채널을 소유하고 그걸 중심으로 세력/재력을 키운다는 점. 작년 초에 두테르테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필리핀 최대 방송국 송신허가를 취소해서 닫아버리기도 했으니 필리핀에서는 언론이 권력과 재력의 수단임이 한국에 비해 좀 더 적나라한 편. 하긴 김장환의 극동방송, 순복음의 국민일보, 통일교의 세계일보, 신천지의 천지일보(는 왜 그렇게 포탈에서 밀어주나?)를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는 않을 수도… 그러고보니 CBS 말고는 죄다… 꽤 큰 신흥종교 세력을 이끌고 있는 목사들 중에 아폴로 키볼로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는 아예 자신이 재림예수라고 커밍아웃한 상태. 이 사람도 자기 방송을 만들어서 급성장. 두테르테 핵심 지지자 중 하나. 이번에 두테르테 핵심서클에서 탈퇴하고 대선출마를 선언한 복서 파퀴아오와 이웃동네 사람이고, 파퀴아오 지역구에서 개발 부패가 있었다며 공격 중. 두테르테, 파퀴아오와 키볼로이의 출신 지역은 민다나오라는 필리핀 남단의 무슬림 다수 지역. 무슬림무장세력과 필리핀 중앙정부 사이에 수십년 지속된 무력투쟁을 신천지의 이만희가 자기가 평화협약 맺어주고 끝냈다고 구라를 치고 다녔던 그 지역이기도. 한국도 박근혜 때 그렇게 한심한 나라였는데 한 정권 만에 군사외교문화 강국이 되어버렸으니 일본도 지금 저렇게 한심하지만 총리 하나 바꾸고 잘나가거나 갑자기 위험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고, 요즘 윤석열 하는 짓 보면 필리핀와 한국 사이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