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통한 무혈 민주 혁명, 사실상 유일하게 방역에 성공한 선진국, 이런 세계의 찬사를 받는, 어쩌면 단군…
촛불을 통한 무혈 민주 혁명, 사실상 유일하게 방역에 성공한 선진국, 이런 세계의 찬사를 받는, 어쩌면 단군 이래 최대 국력을 자랑하게 된 한국에서 왜 같은 시기에 투기꾼-검찰-무당-신천지 연합 대표가 다음 대권에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가까이 접근하는 처참한 상황이 됐을까.
먼저 한국만이 겪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도 오바마처럼 세계가 찬사를 보낸 지도자가 부시가 초래한 경제위기를 극복해 낸 직후에 트럼프가 나타났고, 룰라가 브라질을 신흥강국으로 만든 뒤 반동으로 검찰-사법부가 정권을 장악해 지금의 보우소나루가 집권했으며, 프랑스 같은 유럽연합의 핵심이자 맹주 역할을 하는 나라도 극우가 점점 세력을 불리고 있다.
멀리서 보면 “왜 잘나가는 시점에 스스로 패착의 선택을 하는 걸까”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권력에서 밀려나는 기득권층의 반격이라는 패턴을 볼 수 있다. 티비 예능 프로그램 사회자 트럼프를 정치입문 첫해에 대통령으로 만든 건 점점 지배적 지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백인남성 계층이었다. 한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은데 아무래도 우리나라다보니 더 가까이서 자세한 관찰이 가능할 뿐이다.
거의 모든 언론, 검찰, 사법부, 신천지, 무속인들이 지금까지 쉬쉬하며 숨겨오던 정체를 다 드러내면서까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는 이 상황은 어찌보면 다른 나라들이 겪은 반동의 시대를 압축해서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권, 의회 권력, 여론형성 능력 등을 차례로 빼앗기며 기득권을 소실해가던 이들이, 또 차기 주류 기득권이 되고 싶은 종교세력이 2022년 대선 한 번으로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한 도박을 하는 중이다. 일종의 쓰러지기 직전의 발악이다.
이렇게 모든 걸 걸고 발악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선은 싱겁게 이재명 승리로 끝났겠지만 대신 검찰이 이렇게 자신들 외에 모두를 자신들 발밑의 존재로 본다는 점,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이 기계적중립이라는 명분 하에 수십 억에 달하는 사기와 뇌물은 못본 척 하고 11만 원에 집착하는 모습, 제1야당, 어쩌면 여당의 경선도 신천지가 개입해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수시로 있었다는 점, 검찰의 수장이었고 지금은 차기 유력 대선후보 중 하나인 인물이 손바닥에, 이마에 부적을 붙이고 티비 토론에 출연할 만큼 무속에 의존한다는 점 등이 드러나지 않고 수면 밑에서 계속 썩어갔을테다. 박빙을 만들기 위해 저들은 모든 체면, 위장을 포기하고 세상의 눈앞에 자신들을 드러냈다. 저들도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대선이 박빙이 되고 자칫 말도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서 많은 사람들이 어이상실에 무기력증까지 보이고 있다. 근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한 번에 스스로 커밍아웃한 벌레들을 일망타진할 기회가 됐다. 안 그랬으면 앞으로도 수십 년을 버티며 나라를 좀먹을 세력들이다. 이렇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이재명이 쉽게 당선되고나서도 검찰폐지, 언론개혁, 등을 임기 안에 해낼 명분이 부족했을테지만 이젠 얘기가 다르다. 그게 왜 필요한지,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모두가 지금 목격 중이니까.
대선 상황이 아슬아슬해 보이고 불안감을 누르기 힘들겠지만 판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번 한 번의 승리로 앞으로 3-4번 정권을 재창출해야 완성 할 수 있는 수준의 개혁이 가능해졌다. 난 사실 가슴이 떨리도록 흥분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