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는 여러 사람에게 여러 의미를 가진 감독인 것 같다. 내게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에 인과관계,…

데이빗 린치는 여러 사람에게 여러 의미를 가진 감독인 것 같다. 내게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에 인과관계, 끝맺음, 인물들의 동기 등을 딱 맞도록 짜는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 준 사람이다. 설명할 수 없어도 이해가 가능하고 오히려 훨씬 더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가끔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걸 가르쳐줬다. 나중에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같은 걸 느꼈다. 미국 티비 드라마에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가 갖는 의미 중에 그런 것도 있다. 황금시간에 주요 방송사 채널에서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함으로 가득찬 드라마를 방영하고 그게 큰 성공을 거둔 게 처음이고, 그게 이후 엑스파일, 로스트 등이 기존 틀을 깨고 자유롭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그릴 수 있게 먼저 길을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