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로 개종한 해는 1986년이다. 그때까지 그는 [아웃사이더], [위험한 청춘], [레…
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로 개종한 해는 1986년이다. 그때까지 그는 [아웃사이더], [위험한 청춘], [레전드] 등을 차례로 찍으며 서서히 주목받고 있었다. [탑건] 촬영을 마친 뒤 진정한 톱스타로 떠오른 그는 홍보 투어 중 배우 미미 로저스를 만나 교제했고, 사이언톨로지 고위 간부였던 로저스의 아버지 덕분에 곧바로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센터로 안내됐다. 교주 데이비드 미스캐비지는 “최고의 기회가 왔다”며 임직원에게 선포하고 크루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이언톨로지는 원래 공상과학소설 작가 L. 론 허버드가 창시했지만, 각종 수사와 재판으로 흔들리던 틈에 미스캐비지가 등장해 교회를 장악했고 그때부터 공격적인 확장이 시작됐다. 지금도 교주는 그다. 미스캐비지에게 이건 철저한 ‘사업’이었다. 톱스타를 끌어들이고, 교회는 모든 인맥과 자금력으로 그를 더 큰 스타로 키우며, 그 스타는 교회 이미지를 대중화하는 삼각 모델. 실제로 양쪽 모두 그대로 성장해 왔다. 크루즈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개종 전 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위험한 청춘] 촬영 때 동료 배우 커트 암스트롱은 “술 마시러 가자”고 불러도 크루즈가 “이제 성경 읽고 기도할 시간”이라며 늘 빠졌다고 회고한다. 그 열정이 고스란히 사이언톨로지로 옮겨 온 셈이다. 개종 뒤 교회는 그의 삶을 왕족처럼 꾸몄다. 난독증을 겪는 그에게 대본을 읽어주고 함께 연습해 줄 스태프를 붙였고, 촬영 외 시간엔 교회 인력이 생활 전반을 챙겼다. 제작사가 없던 시절 사실상 개인 제작사 역할까지 해준 셈이다. 암스트롱이 당시 스무살이던 크루즈의 트레일러를 찾았을 때, 차례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줄 서 있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암스트롱은 '나도 매일 성경 책을 읽어야하나'라고 생각했다 한다. 개종 이후 교회가 그의 모든 필요를 비공식적으로 해결해 주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결혼과 이혼도 교회가 관여했다. 니콜 키드먼과의 이혼으로 크루즈의 커리어와 교회 모두 흔들린 뒤부터는, 교회가 먼저 ‘후보’를 여러 명 심사한 뒤 그를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영국 배우 나자닌 보니아디는 한 달간 인터뷰와 철저한 조사 끝에 자신이 ‘세계 구원 미션’에 선발된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그게 신부감 심사라는 걸 알고 황당했다 한다. 최종 선택은 케이티 홈즈였고, 결혼 후 사이언톨로지의 실체에 질려버린 홈즈는 크루즈가 [오블리비언] 촬영차 해외 체류 중일 때 변호사인 아버지 도움으로 극비 이혼 절차를 마쳤다. 크루즈는 만족할 만도 한데, 더 거대한 자본과 더 위험한 스턴트에 계속 도전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르코지 같은 국가 지도자를 만나 사이언톨로지의 면세 지위를 부탁했고, 이 때문에 유럽 여러 정부는 이제 그와 거리를 둔다. 그는 죽음이나 여론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사실상 ‘2인자’로서 교회를 진심으로 신뢰한다. —- 지금은 “특이한 종교가 딸린 흥미로운 배우” 정도로 보이지만, 이 관계가 영원할지는 알 수 없다. 사이언톨로지가 컬트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교회발 스캔들이 터져 크루즈가 휩싸일 수도, 반대로 크루즈 쪽에서 문제가 생겨 연쇄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언젠가 한순간에 ‘와장창’ 무너질 수도 있다는 예감이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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