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이 조치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을 겨눈 것이 아니라, 중국…
2019년,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이 조치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을 겨눈 것이 아니라,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 전체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너무 늦었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반도체 자립과 독자 노선을 준비해왔고, 제재는 오히려 내부 결속과 기술 내재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예가 SMIC와 YMTC 같은 기업들이다. 미국의 압박 이후에도 SMIC는 자체 7nm 칩을 생산했고, YMTC는 3D NAND 분야에서 독자 기술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화웨이는 TSMC 없이도 자체 스마트폰용 칩을 설계해 양산 가능한 체계를 만들었고, 샤오미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고성능 모바일 칩 시장에 진입했다. ASML을 대체하려는 시도도 본격화됐다. 상하이의 SMEE는 28nm DUV 스캐너를 상용화했고, EUV 장비 개발에도 착수했다. 반도체 장비 스타트업 사이캐리어(SiCarrier)는 2024년 세미콘 차이나에서 식각, ALD, 계측 장비 등 다양한 공정을 아우르는 제품들을 선보였고, 자체 SAQP 공정을 통해 DUV 기반 5nm 제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상하이광학미세기계연구소는 EUV 광원 플랫폼을 개발했고, 중국은 동관 등지에서 자체 EUV 장비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일부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중국은 독자적 해법을 찾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최신 NVIDIA 고성능 칩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은 막대한 수의 고학력 인재와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대형 모델을 훈련시키고 있다. 대표 사례가 DeepSeek이다. 자국 서버, 국산 또는 중급 GPU, 저비용 연구 환경을 활용해 OpenAI나 Google에 근접하는 성능의 LLM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재와 시간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지만, 무시못할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에 인재 유출까지 겹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과 함께 시작된 유학생 비자 제한과 추방 정책은 미국의 전통적 기술 우위의 기반이던 글로벌 인재 풀을 흔들었다. 한때는 당연하던 유학과 연구 인재의 미국행이 점차 줄어들고, 일부는 중국으로 선회하고 있다. 중국은 귀환 인재와 외국 전문가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투자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런 기술 봉쇄 전략을 10년만 앞당겼더라면 상황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EV, AI, 재생에너지, 우주개발, 기초과학, 무역흑자 등 거의 모든 전략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따라잡았거나 추월 중이다. 화웨이 제재는 미국이 기술 패권을 방어하기 위한 첫 시도였지만, 지금의 대응은 구조적 우위를 복원하기엔 너무 늦었고, 중국은 이미 제재를 견디는 국면을 넘어 그 제재를 성장의 촉매로 삼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을 적시에 견제하지 못한 실패는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전 지구적 군사안보 질서까지 흔들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시간과 유연성을 갖고 전략을 조율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서 전쟁이 자꾸 난다. 미국은 이제 갈등을 회피하거나 외교적 절충으로 해결하려는 전략보다, 직간접적인 개입과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무기 및 전쟁 자금 제공,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묵시적 혹은 명시적 지원은 그 신호다. 이는 미국이 경쟁국 견제에 있어 더 이상 군사적 옵션을 ‘최후의 수단’이 아닌, ‘선제적 전략 선택지’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압박은 대만 해협에서 더욱 위험한 형태로 드러난다. 기술 격차로 중국을 묶어둘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대만이라는 전략적 거점을 사용해 중국의 안정을 깨려는 미국의 강경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외교나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긴장이다. 미국의 타이밍 실패는 단지 경쟁의 판을 놓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전쟁의 문을 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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