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젊은 세대가 사람처럼 행동하기보다 마치 NPC처럼 반응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한국에서 젊은 세대가 사람처럼 행동하기보다 마치 NPC처럼 반응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젠Z 세대가 중심인데, 이들의 사회적 반응 패턴이 점점 더 무표정하고 비인격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게나 식당에 갔을 때, 젠Z 직원이 주문을 받으면서도 인사를 생략하고 무표정하게 시선을 피하거나, 심지어 에어팟을 낀 채 응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자주 나온다. 고객이 간단한 주문이나 질문을 했을 뿐인데, 마치 귀찮다는 듯 불쾌한 태도로 대하거나 말 한 마디 없이 응시만 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한 불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서비스업이든 아니든, 사업장에 나와 일하는 사람이 기본적인 인사조차 생략하는 것은 심각한 무례라는 입장이다. 둘째는 인사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고객이 용건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응대는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돈을 얼마내라는 안내 정도는 해쥐야지 고객과 서로 멍뚱히 쳐다보며 고객이 얼마냐고 물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견해었다. 손님 입장에서는 매장 구조나 진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 물건 위치를 물으면 간단히 안내라도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이 두 입장의 공통점은 “그렇게 하면 팁 한 푼도 못 받는다”는 냉소적 경고와 조롱이다. 이에 대한 젠Z 쪽의 반응도 있다. 그들에 따르면, 자신들이 인사를 해도 손님들이 반응 없이 무시하고 바로 용건만 말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아예 정서적으로 단절하는 쪽으로 태도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일부는 인간사회에서 인사같이 쓸모없는 대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극단적 반응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왜 단순한 업무 대화조차 힘들어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나 반성은 없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두고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기기 중심의 성장 환경,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의 일상화, 핵가족 구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젠Z의 사회화 과정 자체를 약화시켰다는 해석이 있다. 반면,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세대 자체가 멍청하고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직설적인 평가도 제기된다. 개인적으로는 15년 전쯤 한국에서 비슷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열 살 정도 된 아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날 멀뚱히 쳐다보다가, 마치 ‘엄마가 대신 대답해줘’라는 듯 어른에게 시선을 넘기는 모습을 보고 당시에도 뭔가 달라졌다는 감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의 젠Z 문제는 단지 ‘젠Z’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회적 변화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모든 세대관련 현상이 그렇듯 더 주시하고 연구를 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