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미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대단히 경솔한 선택이었다. 중동에서의 불안정…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미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대단히 경솔한 선택이었다. 중동에서의 불안정은 에너지 시장과 동맹국들의 안보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고, 이란의 반격 가능성은 미군과 미국 본토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은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미국이 지난 20년간 어렵게 구축한 중동 내 영향력조차도 이번 사태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계산이 가능하다. 현재 트럼프는 이번이 마지막 임기고, 퇴임 후 수많은 중범죄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상태에서 유일하게 스스로의 정치적·법적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은 어떻게든 3선에 성공하고 나아가, 미국 내 정치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방식의 장기집권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정치적 생존을 장기화하려면 정치 체제 자체를 바꾸는—즉, 개헌을 포함한 체제 개편 시도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맥락에서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단일한 전선의 전면전이 아니라, 복수의 갈등을 유도해 다방향의 전시상태를 부분적으로 동시에 구성하는 방식이다. 첫째, 이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은 이란이 미 본토나 해외 공관을 상대로 보복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만약 이란이 실제로 직접적인 테러나 사이버공격에 나선다면, 트럼프는 9/11 당시처럼 ‘전 국민적 단결’과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서적 조건을 얻게 된다. 둘째,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경제 안보 위협을 확대하고, 대만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 셋째,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국가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국경지대를 반군사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모든 갈등은 실제 전면전이 아닌 통제 가능한 수준의 충돌로 유지되며, 국내에서는 ‘비상대권’과 ‘민간 통제 강화’의 명분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은 ‘전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뿐 아니라, 야당과 언론, 사법부에 대한 탄압을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로 포장할 수 있게 한다. 동시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거나 결과가 무효화되는 상황을 ‘혼란 속의 질서 유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도 있다. 여기에 개헌이라는 화두까지 얹는다면, 외부의 적과 내적 위기를 동시에 강조하며 대통령 임기 제한 폐지 또는 ‘특수국가상황’에 따른 임기 연장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도 충분히 구상해볼 수 있다. 미국식 민주주의에서 개헌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안보 위기를 빌미로 ‘비상헌법’ 프레임이 구축된다면,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9/11 직후 애국법은 공화당 민주당 가리지 않고 아무도 다 읽어보지도 않고 찬성해서 법안 통과 시켰다. 최근 미국 내에서 보이는 흐름은 이 가능성의 현실화를 뒷받침할 만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국토안보부 장관직에 임명된 크리스티 노옴은 캘리포니아를 “사회주의자들의 통제 하에 있다”며 주방위군을 동원해 “구출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공개적으로 했다. 이는 연방 권력이 주 정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정치적 시그널이며, 행정력과 군사력을 내전적 프레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연방대법원은 최근 트럼프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급심 법원 판사들이 행정부의 정책에 전면적 가처분 명령을 내릴 권한을 박탈했다. 이제 매번 각 주에서 50번 소송해서 막아야 한다. 이는 행정부의 권한을 사법부 위에 두려는 명백한 사법구조 개편이며, 정치권력의 집중과 비판 견제 기능의 약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 심각한 경향은, 최근 몇 달간 ICE(이민세관단속국)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관이 행정부의 통제 하에 이민자 공동체를 강제 단속하고, 법률적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히틀러가 SS(친위대)를 통해 법원과 군을 우회하며 독자적 권력을 구축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나치에게는 유태인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고, 트럼프에게는 이민자가 있다. 특히 트럼프가 ICE를 안보·치안 명분으로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 조직은 단순한 이민 단속기관을 넘어 정치적 충성도에 기반한 행정적 병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여전히 제도적 저항선이 강한 나라이고, 군 내부와 연방기관의 충성은 단일하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시나리오가 미국에게는 비극이지만 트럼프 개인에게는 반드시 나쁜 수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과의 국지전, 중국과의 무력충돌 직전 상태, 국경 위기의 군사화, 내부 혼란 속의 비상조치, 비선 조직의 준군사적 활용.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법정이 아닌 백악관에서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게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국가를 위기 속에 몰아넣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위기 속에서만 가능한 정치적 구조 재편을 노릴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란 폭격은 그 구조의 첫 단추일 수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시나리오가 단지 음모적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 극우 보수 진영의 정책 로드맵으로 공개된 [프로젝트 2025]에 상당 부분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트럼프 집권 이후 시행할 주요 행정 계획을 집대성한 것으로, 공무원 인사권 탈환, 사법부 견제 약화, 국토안보부의 권한 집중, ICE와 국경수비대의 역할 확대, 언론 통제와 공영방송 축소, 대통령 중심 행정국가로의 전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체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행정과 사법, 언론의 독립성을 무력화하는 수순은 모두 이 문건에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트럼프의 위기 조성 전략은 충동적 반응이 아니라, 이미 명문화된 정치적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 ‘프로젝트 2025’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체제 전환 매뉴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