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상상해보면, 단순한 군사 행동이라기보단 정치, 경제, 안보…

트럼프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상상해보면, 단순한 군사 행동이라기보단 정치, 경제, 안보가 복잡하게 얽힌 고위험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단순한 봉쇄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반격 능력을 갖춘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강수를 뒀다. 왜일까? 첫째, 정보기관이 제공한 타격 대상이 실제 핵개발의 핵심이라면, 이란의 프로그램에 치명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선 이미 농축 우라늄이 다른 시설로 옮겨진 뒤였고, 타격의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의도만큼은 분명했다. ‘결정적 한 방’을 노린 것이었다. 둘째, 이란이 반격에 나서 미국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고 가정하면, 트럼프는 9/11 이후 부시가 누렸던 애국주의적 지지처럼 내부 결속을 기대했을 수 있다. 물론 이번 경우는 미국이 먼저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 내 민주주의 체제와 법적 책임을 둘러싼 수많은 압박으로부터 시선을 돌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셋째, 이란의 반격이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화로 이어지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 셰일오일 업계는 단기적 호황을 맞을 수 있다. 셰일업계는 이미 2010년대 과잉 투자로 몸집을 불린 후, 팬데믹 시기 유가가 마이너스를 찍으며 줄도산을 겪었다. 현재도 상당수가 부채 위에 간신히 서 있는 상황인데, 유가 급등은 그들에게 산소호흡기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전쟁이 장기화되면 다시 도산 도미노가 시작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단기 호황만으로도 ‘트럼프가 에너지 산업을 살렸다’는 프레임을 만들기엔 충분하다. 다만, 가장 뼈아픈 시나리오는 이것이다. 폭격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몇 달 안에 핵실험에 성공해버리는 경우. 그 순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략적 패배를 넘어 존재론적 위기를 맞게 된다. 전쟁도, 제재도, 암살도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앞으로 중동의 질서는 걷잡을 수 없이 흐트러질 것이다. 이후 상황 악화 정도는 이제 트럼프에게 달렸다. 하기에 따라 지금 멈추고 원상복귀를 위한 외교적 출구를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자존심 때문에 계속해서 나쁜 선택을 이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란이다. 이란은 이미 공격을 당한 상태고, 국제적 명분도 확보했다. 무엇을 하든 ‘예상 가능한 대응’으로 간주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란은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비대칭 전력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역량도 착실히 준비해왔다. 최근 생산된 미사일은 유럽 전역을 사정거리로 삼고 있으며, 러시아나 중국을 매개로 파키스탄·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더 위협적인 기술 확보도 가능하다. 특히 핵개발이 본격화된다면, 이스라엘뿐 아니라 나토 전체가 전혀 새로운 전략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이란은 이제 핵개발을 포기하고 바로 축출된 리비아의 카다피 길을 갈 것인지, 개발과정이 길었고 제재를 많이 받았지만 개발 성공후는 아무도 못건드는 북한의 길을 갈 것인지 결정해야하는데, 이렇게 쉬운 결정이 또 있나. 당연히 핵개발이다. 핵을 만드는 일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론적 근거가 이미 공개돼 있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 시간이 아마 가장 큰 병목이고 국제사회의 시선이 문제인데 이란은 이미 국제사회의 시선과 미군의 공격을 감내 중이라 핵실험을 해도 미국이 추가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이제 문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핵확산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유럽의 중동 개입까지 얽힌 복합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결정은 한 나라의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 수년간 국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 방아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