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는 인도계 인구가 꽤 많았다. 심지어 한때는 우간다 전체 경제의 70% 이상을 인도계가 장악하고 있었…

우간다에는 인도계 인구가 꽤 많았다. 심지어 한때는 우간다 전체 경제의 70% 이상을 인도계가 장악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영국 식민지 시절, 제국은 인도인을 관리직과 상업 계층으로 아프리카 곳곳에 이주시켰고, 그 흔적이 지금도 선명하다. 이건 우간다만의 일이 아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인도계 인구 37%), 가이아나(40%), 수리남(28%), 피지(38%), 모리셔스(66%), 케냐(3%), 남아프리카공화국(2.5%) 등 영국 식민지였던 수많은 나라에 지금도 인도계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영국 인구의 2.3%도 인도계다. 어떤 나라에선 인도계가 다수 민족이 되기도 했고, 대통령이 인도계인 나라들도 있다. 우간다는 특히 1970년대 초 독재자 이디 아민이 집권하자 인도계를 대거 추방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경제를 장악했기 때문에.” 그 결과 우간다 경제는 단숨에 무너졌고, 인도계는 영국과 캐나다로 대거 이주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자 우간다는 다시 인도계를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경제가 안 되니까. 지금은 전체 인구의 1% 정도 밖에 안된다. 이건 식민지의 기억이 지금도 세계 질서에 얼마나 실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떤 민족은 제국의 도구로 파견되었고, 또 어떤 민족은 해방 이후에도 '외부인'으로 낙인찍혔다. 그 틈에서 계급과 민족, 상인과 원주민, 피억압자와 피착취자의 경계가 뒤섞였다. 예를 들어 간디 역시 인도 본토에서 투쟁을 시작한 게 아니다. 그는 젊은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인도계 이민자들이 겪는 차별과 모욕 속에서 정치 의식을 키워갔다. 그리고 그 경험이 훗날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끄는 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재밌는 건, 이런 곳에서 자란 인도계들 중 일부는 지금 서구 진보정치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흐란 맘다니, 그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태어나 우간다에서 자랐다가 추방당한 이민자였다. 그 아들이 지금 뉴욕에서 민주당 주류를 꺾고 시장 후보가 됐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인도계가 국가 정상에 오른 사례도 늘고 있다. 리시 수낙은 영국 총리로,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 부통령으로, 찬 산토키는 수리남 대통령으로, 나빈 람굴람은 모리셔스 총리로 선출됐다. 모두 식민의 흐름 속에서 디아스포라로 뿌리내린 인도계들이다. 한때 주변부였던 이들이 이제는 중심에서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논의하는 위치에 도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