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민주진영 내부에서 불만이 많다. 친윤 검사 출신을 기용했다, 보수 성향…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민주진영 내부에서 불만이 많다. 친윤 검사 출신을 기용했다, 보수 성향 인물을 중용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상대해야 할 사법-검찰-언론-재벌-군-관료-국힘의 기득권 카르텔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한 인사 논란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우린 겨우 국회와 청와대를 갖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복과 개혁의 역사를 보면, 정면충돌보다 투항 유도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교훈이 반복된다.

몽골 제국은 전쟁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팽창한 이유는 바로 '항복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몽골 부족의 인구만으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제압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도시를 무자비하게 초토화한 뒤 그 주변 도시들이 알아서 문을 열게 만든다. 저항하지 않으면 살려주고 자치권도 인정했다. 그리고 정복지에서 병력을 충원하며 더 멀리 갔다.

로마 제국도 마찬가지다. 싸워서 이긴 게 아니라, '로마의 일원이 되면 도로가 깔리고, 시민권이 주어지고, 상업이 열린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주변이 스스로 편입되도록 유도했다. 로마와 싸우는 것보다 로마가 되는 게 낫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결정적 전투는 몇 번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다이묘들이 전쟁보다 항복을 택했다. 그리고 그들을 에도로 끌어들여 인질처럼 살게 하면서도 대우는 보장했다. 반발을 줄이고 통일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이슬람 제국의 초기 팽창도 비슷했다. 피로한 도시들에게 종교 관용과 낮은 세금을 약속했다. 많은 도시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열었다. 실제 충돌은 줄고 영토는 빠르게 늘었다. 영국이 인도를 삼켰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570여 개의 군소 왕국으로 쪼개져 있었고, 그들을 하나하나 설득하고 일부는 전투로 압박하며 합병했다. 전면전이 아니라 각개격파, 일부는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재명 정부가 상대해야 할 건, 단순한 야당이 아니라 사법-검찰-언론-재벌-군-관료로 이어지는 느슨한 기득권 복합체다. 이걸 정면에서 다 부수겠다고 달려들면, 바로 역풍이 오고 망한다. 중요한 건 내부 균열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 안에서 실용주의자, 개혁적 인사, 현실주의자, 혹은 야망 있는 자들을 뽑아내 우리 편으로 만들고, 남은 쪽을 포위해 흔들어야 한다.

이럴 때 순혈주의는 독이 된다. 내 편끼리만 돌리겠다는 생각은 이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외연 확장이 안 되고 싸움이 힘들어진다.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아는 이재명 대통령이 검사 출신도 기용하고 보수 인사도 활용하려는 건, 바로 그런 판을 만들 줄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말 안 들으면 갈아치우면 되고, 진짜 문제는 외부보다 내부에 있다.

게다가 같은 승리라도 5.1:4.9로 가까스로 이기는 것보다, 8:2처럼 압도적으로 이겨야 손실이 적다. 기득권의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판을 설계하는 쪽이 이런 계산을 먼저 해야 한다. 지금 판세는 아무리 좋게 봐줘야 5.5:4.5다. 현실은 아마 아직 3:7이나 4:6 정도에 가깝기에 저쪽을 분열시켜 3:3:4나 4:3:3 정도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혈주의를 고집하면 전선이 길어지고 저항은 강해지며, 내부 충돌로 우리가 먼저 망가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지어 조중동 같은 언론과도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조중동 전체를 꺾겠다는 생각보다, 그중 일부와 언론개혁, 세무조사, 정부 예산 지원 등을 놓고 타협해 손잡고 나머지를 고립시키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상대 진영 전체를 한꺼번에 적으로 만들면 싸움은 길고 피곤해진다. 일부를 우리 편으로 만들면, 그 전선은 벌써 반쯤 무너진 거다.

개혁은 총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항복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전장을 줄이고, 우리 쪽 세력을 키우는 사람만이 진짜 큰 판을 바꿀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