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재보궐 민주당 참패의 “유일한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고 확신 할 수 있는 것들. 1. 여성주의….

최소한 재보궐 민주당 참패의 “유일한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고 확신 할 수 있는 것들.

1. 여성주의. 박원순에 대한 비난에 충분히 동참하지 않아서 망한거다? 그러기엔 여성주의자 수가 너무 적음. 국힘지지층이나, 이번에 여당지지에서 이탈한 20대 남성이나 여성주의와 사실상 극단적 반대쪽에 있음. 지금의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이 한국정치에서 존중받기 힘든 이유는 국힘 쪽의 성추문은 아무리 추잡해도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

자신들의 정치성향이 아니라 여성주의 원칙 때문이라고 주장하려면 박형준이 경선 상대 공격을 위해 한 여성을 성추문 조작에 이용하고 버린 것에 대해서도 최소한 비슷한 비중의 공격이 있었어야 하는데 너무 솔직하게 민주당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이건 이 사람들이 반민주당 성향이라서일 수도 있고, 도덕성 문제로 공격을 하면 그래도 타격을 받아주는 상대가 민주당이라서일 수도 있다. 국힘 사람들 성추문 공격하면 돌아오는 건 소송 뿐이니까. 이래저래 이들의 주장에 신뢰가 안가는 이유 중 하나.

이 이슈가 중도층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물론 있음. 근데 과연 조중동-검찰-한경오가 열심히 오세훈 박형준을 돕지 않았어도 그 이슈만으로 민주당 참패가 가능했을까.

2. 일베. 일베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거고, 이번 20대 남성의 투표성향이 그걸 증명한다? 일리는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안그랬으니 이것도 애매.

3. 조국. 조국을 옹호한 것에 대한 벌이다? 지난 총선을 빼면 그렇게 우길 수도 있겠지만 180석이 있어서 이건 의미 없음. 이번에 특별히 조국이 토픽이었던 적도 없음.

4. 개혁피로. 개혁을 너무 많이 해서, 혹은 너무 질질 끌어서 개혁 피로도가 높아져서 진거다? 검찰개혁을 선언하고 검찰과 대립 시작한지 수개월 뒤 치뤄진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 손을 들어준 게 설마 개혁 그만하라는 뜻? 게다가 추미애 장관 퇴임 후 사실상 검찰과의 대립에서도 항복하고 파격인사도 피하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입법을 통한 개혁만 추진 하다가 재보궐에서 박살난 건데? 개혁 시작하고 나서 총선은 압승. 개혁 축소 뒤 재보궐 완패. 이걸 개혁피로라고 해석?

5. 부동산/LH. LH 공무원들의 비리/부동산값 인상을 못 막은데 대한 벌이다? 그게 사실이면 오세훈이 아니라 다른 누굴 찍었겠지. LH 가 대한민국 상위층과 LH 직원들 축재창구였던 건 수십년 째 있어 온 일인데 왜 그걸 개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부에 그 책임을 씌우나.

6. 친문/586/이재명. 친문이 너무 세서 망했다/586이라 망했다/이재명이 다 조종한 거다. 친문 운운 하는 건 예전에 빨갱이/친노/종북/586 하며 자기랑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붙여주는 레이블이 이름을 바꾼 것 뿐.

7. 사실이야 어쨌건 시민들이 혼을 내겠다는데 달게 받지 않는 민주당이 뻔뻔해서 벌 준거다. … 이건 반박하기 힘들지만, 이게 사실이더라도 자랑스럽게 밝힐 만한 내용인가? 이거 그냥 "야 너 몇살이나 먹었어" "어디 어린 놈이 말대꾸를" "눈깔어" 수준의 논리. 이런 어이없는 요구를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그래도 한국정치에서는 이게 통하는 건 사실. 속으론 반성하지도 않고 선거 끝나면 또 모른 척 할 거면서 투표일 전 일주일 전부터 엉덩이를 높이 들며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절하던 국힘은 항상 완전 몰락은 하지 않게 항상 80-120석은 유지시켜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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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는 일리가 있는 요인들이고 어느 정도 영향을 준건 당연하겠지만 정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일부 지식인들이 또 "아니다. 다른 거 아니고 이거 하나야 하나. 이것 하나 때문에 민주당이 폭망한거야. 근데 그게 하필 내가 수년째 주장하던 그거야!! 나 최고!!!" 하고 있는 건 좀 서글픔. 발전이 전혀 안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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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세훈 박형준은 공약도 제대로 못 만들어내고, 후보들이 한 이슈가지고 몇 주에 걸쳐 번복하게 놔두는 거 보면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정상적인 정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확실.

B. 오세훈 박형준이 이긴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조중동-검찰-한경오-정의당의 합동작전. 이것도 치밀한 계획으로 한 건 아닌 게 들고 나왔던 이슈들이 다 모순됨. 박원순으로 공격하자니 자기들이 여혐세력이라 말이 안되는 거였는데 이걸로 한경오-정의당이 동맹을 맺어 옴.

조중동+한경오로 오세훈 박형준 의혹 검증을 철저히 무시해서 막아냄. 정의당은 귀찮게 뭐라고 하긴 하는데 사실 큰 영향은 못주고 내부 문제로 무너짐.

부동산 값을 못잡았다고 여당을 공격하는데, 자신들은 아예 토건세력임. 오세훈 당선되니 바로 부동산 폭등 중.

이렇게 될대로 되라고 이것 저것 다 물고 늘어져봤는데 우연히 말도 안되는 콤보가 제대로 걸린 걸로 밖에 안 보임. 과연 이걸 다음 선거 때 재현할 수 있을까.

C. 오세훈 박형준 두 사람은 공수처가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라는데에 확실히 베팅하고 있는 것임. 왜 그렇게 걸릴 게 많은 두 사람이 출마했을까. 그냥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라서? 아니면 공수처장의 속내를 이미 확인해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