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GDP의 약 10%는 중국 내수 서비스 시장 매출에서 나온다. 수출이 아니라 내수. 내스퍼스(Nas…

남아공 GDP의 약 10%는 중국 내수 서비스 시장 매출에서 나온다. 수출이 아니라 내수. 내스퍼스(Naspers)의 출발은 종이였다. 1915년 스텔렌보스에서 아프리카너 민족주의 언론을 표방한 ‘디 나시오날레 퍼스(De Nasionale Pers)’로 신문·잡지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20세기 동안 출판과 서적, 잡지로 뿌리를 내렸고, 1986년에는 남아공 최초의 유료 TV ‘M-Net’을 출범시키며 방송으로 몸집을 키웠다. 1994년 요하네스버그 증시에 상장했고, 1998년 사명을 내스퍼스로 바꾸며 디지털로 방향타를 꺾었다. 이 무렵 멀티초이스·M-Web로 유료방송·인터넷을 아우르며 남부아프리카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전환점은 이때부터였다. 해외 신생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뿌리기 시작했고, 2001년 중국의 텐센트에 불과 3천만 달러대 자금으로 46.5%를 사들였다. 세기의 한 건이었다. 이후 2019년 국제 인터넷 자산을 묶어 암스테르담에 프로서스(Prosus)를 상장했고, 오늘 내스퍼스는 프로서스의 약 41%를 보유, 프로서스는 텐센트의 약 23~24%를 쥔 구조가 되었다. “한 번의 베팅이 기업 운명을 바꿨다”는 교과서적 사례였다. 텐센트는 위챗 등으로 거대 IT 기업이 됐고 이제 세계 게임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결국 내스퍼스의 시총가치 대부분이 텐센트 주식에서 나왔다. 3천만달러 투자해서 1000억달러가 됐다. 3200배 성장했다. 지금의 스케일을 보자. 내스퍼스 시가총액은 약 529억 달러 수준이고, JSE 전체 시총은 약 21.7조 랜드(≈1.23조 달러)다. JSE 톱40에서 내스퍼스의 비중은 대략 12~13%에 달한다. 과거엔 지수 편중이 25%까지 심해져 JSE가 상한선 ‘캡’ 규칙을 도입할 정도였다. 내스퍼스가 남아공의 삼성/TSMC인 셈이다. 이 말은 곧 남아공 최대 기업의 주가와 지수 흐름이 중국 빅테크(텐센트)의 실적과 맞물려 움직인다는 뜻이었고, 실제로 텐센트 주가가 오르면 프로서스·내스퍼스가 동조하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남아공 대표주의 수익과 배당의 큰 몫이 중국 내수 인터넷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흥미로운 연결고리였다. 게다가 내스퍼스가 가진 텐센트 주식 가치보다 내스퍼스의 시총이 항상 낮았다. 텐센트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내스퍼스에 투자해야한는데 남아공 증시 접근이 불편해 가치가 디스카운트 됐던 거다. 이런 저런 부작용이 있어서 프로서스의 유럽 상장을 통해 내스퍼스/남아공 증시의 텐센트 의존도를 줄여놓은 상황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 내스퍼스·프로서스는 2022년부터 텐센트 지분을 오픈엔드 방식으로 조금씩 매도해 자사주를 사들이며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섰고, 2023년엔 복잡한 크로스홀딩을 해소해 구조를 단순화했다. 그 사이 프로서스는 음식배달·핀테크·교육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고, 스택 오버플로우·유데미·코드카데미 등에도 손을 뻗었다. 2025년에는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 인수로 유럽 테크 챔피언을 노린다고 밝혔다. 남아공 출판사였던 내스퍼스가 중국 내수의 파도를 타고, 유럽·인도·라틴으로 뻗는 거대한 인터넷 지주로 변신한 여정이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20세기엔 신문을 찍던 기업이었다. 21세기엔 한 건의 대담한 투자로 남아공 증시를 좌우하는 거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거인의 현금창출원 상당 부분이 중국의 이용자·게임·핀테크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글로벌화의 오늘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