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농림부 장관 송미령을 유임시킨 건 단순한 탕평이 아닌 것 같다. 승부수…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농림부 장관 송미령을 유임시킨 건 단순한 탕평이 아닌 것 같다. 승부수라고 할만큼 큰 자리가 아니라서 그렇지 이건 굉장히 계산된 정치적 인사다.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의 보고 태도와 정책 이해도, 대안 제시 방식에 꽤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의 각료일 때는 거기에 맞게 정치적으로 행동했으나, 정권 바뀐 뒤에는 무조건 반대하거나 자리 보존만 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견이 있어도 현실적인 실무 방식을 찾아내는 관료형 리더라는 것이다. 일을 시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진영보다 능력'이라는 슬로건에도 부합했다한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그 자리가 어떤 자리냐는 거다. 농림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어차피 누구를 앉혀도 비판받게 돼 있다. 농민들은 구조적 위기 속에서 불만이 누적돼 있고, 정부는 예산이나 무역 제약 때문에 실질적인 구조개혁이나 수매 확대는 못 한다. 국내외 모두에서 압박은 거세지고, 정권 초라고 해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는 사실상 없다. 누가 와도 욕먹게 돼 있다. 정무적으로 봤을 때 이건 '경질이 예정된 자리'다. 그렇다면 능력도 인정받고, 전 정부 인사이면서도 계엄 기획엔 관여하지 않은 인물, 게다가 관료 출신 여성 장관이라는 상징성까지 갖춘 송미령만큼 이 자리에 딱 맞는 사람도 없다. 나중에 인사가 흔들리거나 여론이 필요로 하면 책임을 묻고 교체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과 함께, 이건 사실상 '이언주식 인사'다. 전직 보수 인사들을 일정 부분 흡수해서 연정 이미지, 협치 이미지, 통합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이재명식 통치술의 한 축. 그러나 동시에 매우 실용적인 희생양 포지셔닝이기도 하다. 겉으론 탕평이지만, 속으로는 손해 볼 것 없는 승부수다. 그렇다고 "어차피 그 자린 욕먹는 자리라서"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그렇다. 그래도 신토불이 우리 먹거리라… 표현의 문제, 감정의 문제가 커지기 쉽다. 명분, 신념, 가치 등을 따지는 분들, 특히 농민단체 등에서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근데 유임이 절대 실수는 아닌 것 같다. 일단 유임시킬 수 있으면 실리가 있고, 정 반발이 너무 심하면 그때 교체해도 이재명 정부에 큰 부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