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은 어떤 개혁보다 격렬한 저항을 부른다.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느…
언론개혁은 어떤 개혁보다 격렬한 저항을 부른다.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권에 반격할 것이다. 세무조사, 광고 투명화, 가짜뉴스에 대한 형사처벌, 공적자금 차단 같은 개혁조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곧 수익 구조 붕괴이자 권력 상실이다. 그만큼 반발은 정권의 명운을 걸 만한 수준으로 거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언론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정면 충돌만이 아니라 전략적 분열과 연대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 놓을 수 있는 매체가 바로 동아일보다. 조중동 중에서 동아일보는 상대적으로 덜 극우화되어 있다. 조선일보처럼 무조건적인 진영논리에 갇혀 있지도 않고, 중앙일보처럼 자본과 대기업 이해관계에 깊이 묶여 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동아일보는 과거 민주당계와 일정한 유연한 관계를 유지했던 시절이 있었고, 창업주들이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마지막 조사였던 2006년 조사에서 호남에서 가장 많이 보는 신문이었다. 유시민이 기고하던 신문이고, 사회적 이슈에 따라 사설의 무게중심이 흔들릴 여지도 있다. 최근엔 조선과 중앙은 물론 한국일보보다도 영향력과 수익 면에서 밀리고 있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동아일보는 조중동 중에서 문화 콘텐츠와 예술 관련 기사에 가장 일관되게 투자해온 매체다. 뉴스 경쟁력이 약해지는 시대에도 문화 지면만큼은 품질과 영향력을 유지해왔고, 이 점은 다른 보수 매체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만약 동아일보가 논조를 일부 회심하고 중도적인 정론 공간으로 재편된다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다시 터지고 있는 한류와도 가장 잘 맞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K-콘텐츠와 문화 외교가 중요한 시대에, 문화 중심의 중도 보수 매체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는 건 동아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 언론고시 네트워크와 인적 교류가 많고, 소유 구조상으로도 사실상 고려대와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있다. 다만 동아일보의 논조가 변한다고 해서 곧바로 고려대 출신 개인들의 정치적 성향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언론사의 방향성은 해당 커뮤니티에 상징적 신호를 줄 수 있고, 언론인을 지망하는 집단의 기대와 분위기를 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앙일보와 연대하려면 윤석열을 만든 홍석현과 삼성 자본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그 경우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보수의 주체급인 조선은 논외다. 이 상황에서 동아는 상대적으로 가장 연대 가능성이 높은 보수 언론사다. 전략은 신중하고 정밀해야 한다. 첫째, 이재명 정부가 줄 수 있는 당근은 분명하다. 정부광고 배정, 공공 캠페인 참여, 출입기자 정보 접근 우대, 정부브리핑 우선권, 지방정부 협업 공간 마련 등이 있다. 동시에 채찍도 있다. 부동산 세금, 사주 일가의 편법 상속, 자산관리법인 투명성, 불공정 광고수익 구조 등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동아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연대는 밀착이 아니라 거리두기다. 동아일보는 여전히 보수 독자가 다수고, 갑작스러운 논조 전환은 내부 혼란과 외부 비난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정권과 손잡는 언론이 아니라, 정권도 비판하고 야당도 비판하는 합리적 중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줘야 한다. 사실 이건 동아만의 조건이 아니라, 어떤 언론과 연대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이다. 권력과 언론이 직접적으로 결탁하면 둘 다 신뢰를 잃는다. 우리는 균형 속의 분열을 유도해야 한다. 그 시작은 상징적인 인물로부터 할 수 있다. 예컨대 유시민을 특별 칼럼니스트로 다시 동아에 초청하는 식이다. 특정한 시점, 예를 들면 선거 직후나 개헌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전략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기고를 통해 동아 내부의 논조 균형을 조정할 수 있다. 사설은 사설대로 나가고, 기고는 기고대로 공존하면 독자층도 ‘동아가 달라졌다’는 느낌보다는 ‘동아가 열려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 여지를 키워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전면 충돌이 아니라, 균열과 균형을 통해 개혁은 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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