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 Let Down 코러스의 가성이 터져 나오면, 설명이 필요 없다. 목소리 톤이 먼저 감정을 끌어올…

라디오헤드 Let Down 코러스의 가성이 터져 나오면, 설명이 필요 없다. 목소리 톤이 먼저 감정을 끌어올린다. 이성과정 이전에 이미 몸이 흔들린다. 연구들은 이 현상을 뒷받침한다. 한 실험에서는 음의 높낮이를 바꾸자 감정 상태뿐 아니라 신체 움직임과 근육 감각, 자기 몸에 대한 느낌까지 달라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목소리를 더 행복하거나 슬프게 들리도록 청각 피드백을 조작했더니, 실제 감정이 그 방향으로 변했다. 음악학에서는 이를 “frisson(전율)”이라 부른다. 예측 불가능한 고음이나 갑작스러운 화성 변화 같은 자극이 몸 전체를 전율하게 만든다. 유재석의 웃음소리도 같은 원리다. 상황이 그리 웃기지 않아도 그의 웃음을 들으면 먼저 따라 웃게 된다. 영국 UCL 소피 스콧 교수 연구팀은 웃음소리를 들을 때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들리는 순간 뇌가 웃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메릴랜드대 로버트 프로바인 교수는 “혼자 있을 때보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웃을 확률이 30배 높다”며 웃음이 뇌 대 뇌로 전염된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배명진 교수팀은 개그맨들의 웃음을 정감성, 파급성, 다양성, 울림성, 목젖울림, 청음도 여섯 항목으로 평가했다. 유재석은 ‘목젖울림’과 ‘파급성’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배 교수는 “숨 넘어가는 깔깔 웃음이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분석했다. 유재석도 이걸 남용하지는 않는다.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만 사용한다. 목소리 톤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감정을 건드리는 트리거다. 듣는 순간 이미 반응이 시작된다. 의미를 해석하기도 전에 마음이 흔들린다. 방송인들이 방송 종류에 따라 목소리 높낮이를 미리 조절하는 이유도 같다.